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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톡톡] 일본 복안(復顔) 납관사…"화장으로 생전 모습처럼"

입력 : 2017-04-11 17:22:57 수정 : 2017-04-11 22: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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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톡톡'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직업과 기업에 관한 내용을 담습니다. 이색적인 직업과 기업을 소개하고,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외신에 전해진 뉴스도 전합니다./편집자주

한국에서는 '행복한 장의사'로 개봉된 일본 영화 '굿바이'로 우리나라에서도 납관사라는 직업이 알려졌다. 납관사는 보통 죽은 사람의 장례를 준비하는 장의사를 가리키지만, 일본에서는 장례 준비 외에도 시신을 치장하고 유언 이행 여부를 감시해 고인의 앙금을 해소해주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그 중 아직 생소해서 정식 명칭조차 없는 '복안 납관사'(이하 납관사)라는 직업은 오오타 마토카(55)씨가 만든 말이다.

복안은 손상이 심한 시체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하여 머리뼈에다 점토로 살을 붙여 생전의 얼굴로 복원하는 일이다. 오오타씨는 특수 약품과 화장을 이용해 생전 고인의 생기 있는 모습을 재현한다. 또 유언의 이행 여부를 확인해 이를 지켰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증서를 고인 곁에 놓는다거나 평소 좋아하던 유품을 챙겨 정성스럽게 손질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고인의 마지막 표정을 재현하는 복안 납관사 오오타 마토카씨가 마네킹을 상대로 화장법을 연습하고 있다.
오오타씨가 납관사로 일하게 된 것은 38세 평범한 주부였을 당시 난소암을 앓았던 경험이 그 계기가 됐다.

오오타씨는 항암 치료로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지고 생기 없이 변한 얼굴을 보며 "이런 얼굴로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화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암이 완치돼 퇴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는다. 이에 "생전 봐왔던 얼굴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부모 얼굴에 한 화장이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 길로 납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오오타씨는 납관사가 되기 위해 메이크업, 기초 의학지식 관련 강의와 실습을 이수했다. 또 수십 종류의 약품과 화장품을 섞어 자신 만의 사용법을 개발했고, 이런 노하우를 쌓아 지난 2012년 일본 시가현 오츠시에서 '엔딩 메이크업'이라는 가게 간판을 내걸었다.
복안 납관사 오오타 마토카씨의 화장 도구. 일반적인 미용 도구와는 차이가 있다. 일반 화장품에 비해 접착성도 뛰어나고 색조도 밝은 편이라고 한다. 주름을 없애는 일반 화장품과 달리 주름을 표현하는 도구도 갖추고 있다.
납관사는 화장만 하는 게 아니다.

먼저 시신에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코와 입을 살균·소독하고, 오랜 투병생활이나 노화로 뺨이 움푹 들어간 시신은 특별한 약품을 써 볼륨 있게 복원한다. 또 눈을 감지 못 하거나 입이 벌어진 시신의 안정을 돕는다. 눈을 감고 입을 닫은 채 편안하게 잠든 모습처럼 연출하는 게 그의 일이다. 

이때 보통 테이프로 머리와 턱을 묶어 고정하지만, 오오타씨는 얼굴 근육과 골격 등을 살핀 뒤 특수 접착제를 사용해서 가능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이러한 기본복원 작업이 끝나면 머리를 감고 잘라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고, 유가족으로부터 건네받은 사진과 유가족의 말에 따라 주름 등을 새겨 생전 모습과 최대한 가깝게 재현한다.

오오타씨는 "오랜 투병생활이나 갑작스러운 사망 등으로 표정이 좋지 못한 고인이라도 온화한 미소를 띤 채 편히 눈감은 모습으로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유가족으로부터 생전 모습을 보는 듯하다는 말을 들어야 비로소 일이 끝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시신 약 1500구에 생기를 불어넣은 오오타씨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늘 고민해야 한다"며 "이별의 순간을 남겨진 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기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오타씨는 기억에 남는 고인이 있다고 뒤돌아봤다.

안타깝게도 농기계에 휘말려 목숨을 잃어 얼굴에 큰 흉터가 남은 고인이라고 한다. 큰 상처에 유가족, 특히 아이들이 무서워 고인에게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화장한 뒤 온 가족이 모여 작별인사를 하게 돼 뿌듯했다고 전했다.

오오토씨는 보수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 장의사가 연봉 4000만~5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보다는 나을 성싶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산케이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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