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이어 치러지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도 아이스하키는 인기 종목이다. 3년 전 소치 패럴림픽에서 러시아 대표팀 경기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따라다니며 관전할 정도로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한국은 강릉 하키센터에서 막을 내린 2017 세계 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권에서 노르웨이를 3-2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해 내년 평창 패럴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홈페이지에는 장애인아이스하키 강국 주요 선수들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다. 정승환(31·강원도청·사진)은 한국 선수 중 홀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표팀 간판 정승환은 키 167㎝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같다. 빙판 위에서 날쌘 모습이 그라운드를 휘젓는 메시와 흡사하다고 해서 ‘빙판 위의 메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해외에서는 ‘로켓맨’으로 불린다.
1986년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서 태어난 정승환은 5세 때 집앞 공사장 파이프에 깔리는 사고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그는 대학생 때 이종경(44·강원도청)과 장종호(33·강원도청)의 권유로 스틱을 잡았다. 장애인아이스하키는 그에게 인생 첫 스포츠다. 정승환은 “사실 처음에는 주말 취미 삼아 시작했다. 대학에 와서 처음 빙상장을 보고 아이스링크를 맘껏 뛰어보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 매력에 지금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선수보다 체격이 작은 그는 이를 극복하려고 “넘어지면 먼저 일어나고 더 빨리, 더 많이 뛴다”고 비결을 밝혔다.
정승환의 꿈은 내년 평창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는 것이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는 아직 패럴림픽에서 메달이 하나도 없다. 몇 년 전까지 약체였지만 평창 패럴림픽을 앞두고 지원이 조금 늘어난 덕에 2015년 B풀(Pool)에서 우승해 지금의 A풀(Pool)로 승격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스웨덴 등 유럽 강호를 제압하며 내년 메달 전선을 밝혔다. 정승환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며 “모두가 평창 패럴림픽 때 빙판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보자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평창올림픽을 아는 응답자 중 패럴림픽을 아는 비율은 68.2%였지만, 관심도는 24.9%에 그쳤다. 평창올림픽을 모르는 응답자를 고려하면 패럴림픽 인지도는 크게 낮은 셈이다. 정승환은 패럴림픽 선수로는 유일하게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틈틈이 패럴림픽을 알리고 다닌다. 한국 스포츠팬들이 메시에 관심 갖는 것만큼 ‘빙판 위의 메시’ 정승환과 장애인아이스하키팀을 응원하는 건 어떨까. 내년 3월 평창 패럴림픽에서 홈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더불어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사상 첫 메달의 영예를 안길 기대한다.
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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