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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정치인의 민낯 ‘특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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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5 00:57:09 수정 : 2017-05-05 00: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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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선거는 전쟁과도 같다. 선거에 당선돼 권력을 잡는 것만큼 정치인에게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원래 정치인이란 국민의 대변인으로 국민을 위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며 국민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영화 ‘특별시민’이 개봉 1주일 만에 12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서울시장인 변종구(최민식)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서울시장으로 3선에 도전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는 정치인의 민낯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 변종구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시작하는 영화에서는 SNS를 통한 네거티브, 여론몰이, 거짓선동 등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동원된 방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선거는 전쟁이며 정치는 쇼”라는 말로 대변되는 정치판 속에서 정치인들이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속이는지도 보여준다. 비윤리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음주사고를 외동딸에게 덮어씌우며 구속까지 이르게 한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범죄라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확인시켜 준다.

‘특별시민’에서는 정의와 불의라는 흑백논리가 없다. 정의는 찾아 볼 수 없으며 불의가 나쁘다고 하지도 않는다. 변종구뿐 아니라, 그를 도우는 스태프 모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인물로 묘사된다. 변종구 캠프를 이끌며 야망을 키워가는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선거법을 위반하는 광고전문가 박경(심은경), 후배를 이용해 특종을 따내는 정치부 기자(문소리)까지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다양한 인간군상이다. 영화를 보며 관객들은 과연 정의는 존재하는가, 혼란스럽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영화는 정치영화의 무거움을 희석시키는 로맨스나 폭력을 사용하는 대신 배우들의 열연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등 연기파 배우들은 입체적인 인물묘사에 집중한다. 최민식은 달변가이며 전략가이고, 탁월한 리더십과 쇼맨십을 갖춘 변종구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인물, 그 감정이 변하는 찰나의 연기와 포커페이스는 압권이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 장면은 시나리오상의 설정과 방향만 정해진 채, 배우들의 즉흥적인 대사와 연기로 진행돼, 한층 더 생생한 연기를 담았다는 후문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국정농단, 촛불집회 그리고 태극기 집회 등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동시에 정치인에 대한 불신도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영화 ‘특별시민’은 은밀한 선거전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된다고 경고한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정치인이 되려는 정직하고 유능한 인재들은 점차 줄어드는 지금, 자신의 이익보다도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을 상상한다면 헛된 꿈일까.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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