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영남의월요일에읽는시] 아령 또는 우리의 王

관련이슈 월요일에 읽는 시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5-08 00:45:18 수정 : 2017-05-08 00:45: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분홍(1963∼)
이것은 두 짝, 권력에 관한 보고서이다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당신은 스킨십을 좋아해

자르려는 자와 붙어 있으려는 자의 대립으로 각을 세우고
같은 말을 쫑알대는 손가락에 권력이 붙는다

(…)

온몸을 좌우로, 상하로 굴곡 있는 성격을 만든다
당신의 몸에서 땀방울이 떠나고 있다
권력의 잔고가 쌓인다
가슴에 왕을 만들 때까지 밥그릇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아령을 찌그러뜨리며 근로자들이 첨탑 농성을 하고 있다
아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우리의 왕
당신의 권력에 군살 한 근 붙지 않는다


내일은 대통령 선거일, 나의 한 표는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정치학에서 고전으로 취급받은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란 강의록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꼽는다.

김영남 시인
열정은 정치적 대표성에 몰입하려는 태도, 책임감은 그 대표성에 책임을 다하려는 정신, 균형감각은 내외 현실을 통찰해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내일 투표와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처한 제 상황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도 세 번째 덕목인 균형감각이 유독 눈에 띈다.

인용 시 ‘아령 또는 우리의 王’은 아령의 형태가 한자 王의 모습과 비슷함에 착안해 정치·사회학적 상상력을 탁월하게 발휘한 드문 예의 시다.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아령운동을 하면서 왕과 권력을 성찰하고, 왕과 권력의 폐해를 생각하면서 아령운동을 하는 내용이다. 하여 ‘사랑하는 우리의 왕’은 ‘권력에 군살 한 근 붙지 않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내일은 과연 누가 우리의 왕이 될까.

김영남 시인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