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5·18 기념식을 보다가 많은 이들이 울었다고 했다. 1980년 5월 18일 태어난 김소형씨가 그날 딸을 보기 위해 완도에서 광주로 올라왔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숨진 스물아홉 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철없을 때는, 때로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계셨을 텐데… 이런 생각도 했다고. 하지만 한 번도 당신을 보지 못한 소녀가 이제 당신보다 더 커버린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음을… 알겠다며 울먹이며 읽은 마지막 구절은 ‘사랑합니다 아버지’였다.
많은 이들이 같이 울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눈가가 젖어드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 김소형씨가 낭독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대통령이 따라나왔다. 김씨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그냥 가다가 뒤늦게 돌아서서 아버지 대신 대통령을 안았다. 수화로 이 대목을 중계하던 통역사도 “저도 아버지가 안 계셔서 감정이입이 됐다”며 울었다. 그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는 대통령과 5·18둥이의 포옹 장면이 지속적으로 올라왔고, 많은 이들이 따라 울며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울 수 있어서 행복한 경우라니! 여전히 ‘슬픔 금지’인 이 땅의 백수들이 민다나오 청년의 얼굴과 어쩔 수 없이 겹치던 하루였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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