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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고뇌를 통해 환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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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1 21:37:28 수정 : 2017-05-21 22: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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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어떤 고난도 극복 / ‘시련의 파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
사람의 됨됨이는 좋은 상황보다는 나쁜 상황에 처했을 때 더 잘 드러난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는 마음이 넉넉해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쉽다. 하지만 ‘사흘 굶으면 남의 집 담장을 넘는다’는 말처럼 곤궁한 처지에 놓이면 그동안 지켜온 예의나 체면 같은 것을 쉽게 저버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건강 여부도 좋은 상황에 처했을 때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 더 잘 드러난다.

사람이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즉, 상황과 대처방식 사이에 그 사람의 마음건강 정도가 매개한다는 뜻이다. 똑같은 대상에 대해 ‘물이 반이나 남았다’라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며 초조해하는 사람이 있다. 여유를 가지는지 혹은 초조해지는지는 자극, 즉 객관적인 물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극이나 상황을 어떻게 주관적으로 지각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자극이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그 문제의 무게에 눌려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상황을 성숙의 계기로 삼는 자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악성 베토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존경받는다. 그가 말년에 작곡한 교향곡 9번 ‘합창’은 인간 정신의 승리이자 인류 최고의 보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교향곡 9번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음악가, 특히 작곡가에게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살하려는 결심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시련을 극복하고 인간의 위대함을 웅변으로 증명해주는 대작을 완성했다. 교향곡 9번을 작곡하면서 그는 ‘고뇌를 통해 환희로!(Durch Leiden zur Freude!)’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고통을 환희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마음의 연금술’에 능한 사람이다. 그들은 고난을 즐거움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불행한 것은 다른 사람보다 운이 없어서 더 많은 고난을 겪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삶이나 잔잔한 호수에서 안전하게 항해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성난 파도와 태풍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파도와 태풍을 이길 수 있는 적응방식을 터득하고 있기에 그 고난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지인 중에 고 이익섭 교수가 있다. 안타깝게도 58세로 한창 왕성하게 일할 나이에 소천한 그는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긍정적이고 유머가 풍부한 분이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연세대 교수로 부임했고, 장애인복지 분야에 큰 공헌을 한 점을 인정받아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12세 때 망막염으로 시력을 잃었고, 장애라는 절망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조금도 흔들려 본 적이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만남과풀림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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