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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할리 데이비슨과 성공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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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5 21:42:30 수정 : 2017-06-06 03: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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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워싱턴 송년파티 행사장에 백악관 비서실장이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당시 51세 총각이던 조슈아 볼턴 비서실장은 여배우 보 데릭을 뒤에 태우고 있었다. 화젯거리를 만드는 능력이 읽혀졌다. 볼턴은 집무실에 대통령 사진보다 할리 데이비슨 백과사전이 더 잘 보이게 배치해 기삿거리를 제공했다. 고속 질주할 때 집중하지 않으면 인생을 종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속도로 치환하는 속도광다운 발언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미국인들은 ‘마지막 카우보이’로 불린다. 서부 개척시대 필수품인 말의 대체품이 할리 데이비슨이라고 할 정도다. 라이더들은 여행정보를 교환하고 오토바이 자랑을 하는 아지트 같은 레스토랑을 도시마다 지정해두고 몰려다닌다. 까만 가죽 재킷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크롬처리된 철제 장신구가 위협적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깊은 산속에서 수십명씩 질주하는 이들을 만나면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할리 데이비슨 제조업체가 한때 부도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미 전역에서 지부 모임을 하던 애호가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위기를 극복했다. 단순 오토바이 제조회사가 아니라 미국 문화와 정신을 전파하는 두 바퀴 엔진기업이 됐다. 심장박동을 연상시키는 엔진소리를 특허등록하고 모방을 불허했다. 소리를 흉내 낸 일본 회사를 혼내기도 했다.

할리 데이비슨을 앞세운 오토바이 라이더들은 현충일(5월 마지막 월요일) 전날 워싱턴으로 모여든다.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전기념탑’까지 행진을 한다. 베트남전 작전명을 딴 ‘롤링선더’는 전쟁포로 및 전쟁실종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로, 올해 90만여명이 참가했다. 대통령이 이들의 지도자를 만나 민원을 경청하는 것은 1988년 이후 관례가 됐다.

정치행사에도 할리 데이비슨이 종종 등장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3일 아이오와주 분시에서 열린 공화당 정치모금 행사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다. 청바지에 가죽부츠를 신었다. 격식 대신 소탈함이 느껴졌다.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 지역 주민들이 열광했다. 정치는 ‘상징’과 ‘친밀함’이 교직할 때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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