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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이제는 SOC 확충보다 노후화에 대비한 유지·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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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6 19:09:57 수정 : 2017-06-06 19: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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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의 집무실은 여느 공공기관장의 방과 달랐다. 지난달 16일 방문한 경기 일산 청사 집무실에선 책상에 놓인 큼지막한 백팩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강 이사장은 경남 진주 본사나 세종시, 국회 등을 오가는 이동시간에는 백팩에 자료를 넣어다니며 수시로 현안을 챙긴다. 책상 옆 벽에도 수십장의 보고서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또 회의 테이블 옆에는 조직, 예산, 인력 등 2017년 경영현안이 빼곡히 적힌 화이트보드가 보였다. 방문객 환담 등을 위한 소파를 제외하면 집무 공간 대부분이 업무 처리와 회의 등을 수시로 열 수 있도록 간소하고 실용적으로 정리된 느낌이었다. 화려한 액자나 화분 등 장식품은 거의 없었다.

이 집무실에서 강 이사장은 전국 곳곳의 교량과 건축물 등 시설물의 안전 확보와 이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업무에 매진 중이다. 강 이사장은 특히나 ‘건설’에서 ‘유지·관리’로 시설물 관리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기에 공단 수장을 맡았다. 고속도로, 고속철도, 대형 교량·터널 등 시설물은 한 국가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 한국은 1970년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을 본격화해 1990년대 주요 지역에 거의 모든 시설물을 완비하는 데 이르렀다. 이견도 있지만, 한국 사회 내 SOC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SOC의 확충이 아닌 노후화에 대비한 유지·관리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배경이다.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16일 경기 일산 청사 집무실에서 공단 현안과 업무혁신 성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강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 뒤 공단 조직도 3단계에 걸쳐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시설물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에 공단이 적응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강 이사장은 “시설물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공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기에 새로운 공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전문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시설물 안전 및 성능관리 분야의 글로버 리더’가 되는 것이 공단의 궁극적 지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취임 후 현재까지 조직 슬림화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 노력을 통해 대내외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안정된 조직운영 및 성과관리체계를 확립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일성으로 “전문성 높은 안전진단과 시의적절한 사전안전조치로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

“취임 첫해인 지난해 안전진단 등 본연의 임무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해 공단의 새로운 도약 기틀을 다졌다.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해 주요 시설물 중 안전등급 C 이상으로 상태가 양호한 시설물 비율을 99.9% 이상으로 유지했다. 국민 생활기반시설의 예방적 안전관리를 위해 노인복지시설 등에 대한 무상 안전점검 서비스를 지원해 전년 대비 122% 실적을 달성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시설물 안전관리를 일원화하는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이 전면 개정됐는데.

“국토교통부 소관 시특법과 국민안전처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법)으로 나뉘었던 시설물 안전관리업무가 통합되는 성과라 본다. 재난법이 ‘특정관리대상시설’로 분류해 관리하던 17만여개 시설물이 3종 시설물로 분류돼 시특법에 편입됐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안전과 함께 시설물 노후화를 고려한 성능 중심의 과학적 유지관리체계 구축을 법에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개정법은 SOC 노후화에 대비해 SOC를 체계적으로 정기 평가하고 유지관리계획을 수립, 시행토록 했다. SOC의 수명 연장을 통해 경제·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국민안전을 확보하는 유지관리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나라 SOC 노후화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다고 보나.

“우리나라 대형 SOC는 1970년대부터 완비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 우리가 관리하는 대형시설물 1, 2종이 800개 정도였다. 1990년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현재는 대형시설물 1, 2종이 8만2000개 수준이다. 노후시설물을 30년 이상 된 것들로 보면 2000년부터 노후시설물이 축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노후시설물 비중은 10.6%였고, 2019년에 13.9%, 2029년엔 34.5%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년 이내 3배 이상이 급증하는 추세인 거다. 그 이후로 노후시설물 증가 속도는 급속화될 것이다.”

-SOC 노후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회계상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 손실을 5%로 가정할 때, 1, 2종 시설물의 경제적 가치는 대략 60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건 시설물을 가만 내버려두면 노후화로 인해 한 해 300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노후시설물의 성능 개선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미국은 SOC 노후화 대처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엄청난 추가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1980년대 SOC 노후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미국은 제때 대응하지 못해 SOC 평균 등급이 D플러스(D+)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OC 재건에 1조달러를 쓰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도 부족할 것이다.”

-시설물 관리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이전과 다른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가 지난 40년간 쉬지 않고 시설물을 건설한 덕분에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는 대형시설물의 양적 증가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는 한계에 이르렀다. 국가시설 정책이 양적 증가를 위한 건설 중심에서, 시설 가치의 관리 위주로 변화하고 있는 게 이 부문 흐름이다. 시설물의 종합 성능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해 최적의 보수시기를 결정하는 예방적 유지관리체계 마련이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시설물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공단이 이런 시설물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는 걸 장기 비전으로 삼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건 스마트 계측기술, 상태 모니터링 기술,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기술 등 첨단 융복합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유지관리시스템’ 도입이다. 이는 시설물에 대한 국민 신뢰성 향상뿐만 아니라 관련 고부가가치기술 발전, 신규 일자리 창출, 노후 SOC 수명 연장, 예산절감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이를 위해 성능 중심 유지관리와 첨단 융복합기술의 접목을 중점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시설물 관련 조직과 예산구조를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걸 우선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시설물 자체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분야 전문가로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시설물의 가치를 생각할 때 누락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생산성이다. 생산성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효율성을 뜻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 말을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달이 걸리던 게 KTX가 생겨 2시간40분으로 줄었다. 이건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낳았다. 우리가 단지 건설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할 때 건설 행위로 생기는 자금의 배분만을 떠올리지만 가장 큰 영향은 이런 시설물의 생산성에서 온다. 경제적 자산가치를 고려할 때 시설물은 국가 자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 해 국민 총생산 1600조의 절반에 해당하는 800조를 담당하는 셈이다. 시설물은 경제적 가치와 생산성 모두에서 일반적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관련 시설물 안전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높아졌다.

“경주 지진은 규모 5.8로 우리나라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저희 공단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계기로 시설물 안전을 전담하는 기관으로서 탄생했다. 한 사회가 어떤 제도를 만들려면 어떤 사건이 있어야 한다. 성수대교 붕괴사건은 공단을 탄생시킨 첫 번째 사건이었다. 저는 경주 지진이 성수대교 붕괴사건에 이은 두 번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내진설계를 하는 건 기본이 되고, 이에 대한 지속적 관리도 필요해졌다. 현재 내진 부문 관련해서 각 부처마다 시설관리기준이 달라서 관리주체별 사각지대가 엄청나게 존재한다. 이 사각지대를 메우고 내진 부문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올해 저희 공단은 국가내진센터설립추진단을 신설했다. 추진단은 관련 절차를 거쳐 국가내진센터를 설립하는 게 최종 목표다. 정식 설립 이후 이 센터는 건설 중인 시설물의 내진설계, 시설물의 내진안전진단, 내진안전진단 평가, 내진보강설계 적정성 검토, 내진보강 기술장비 인증, 내진교육 등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최근 공단이 인도네시아에 ‘한국형 시설물 안전관리체계’를 수출했던데.

“1994년 시특법이 제정되고 20여년간 우리나라에 대형시설물 관련 사고는 전무했다. 그 성과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전관리시스템은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공단은 ‘인도네시아 국가시설물 안전진단 역량강화 사업’, ‘페루 마추픽추 유적 안전 및 접근성 진흥사업 타당성 조사’, ‘인도네시아 특수교 통합 모니터링 사업 타당성 조사’ 등을 이미 완료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페낭2교 정밀안전진단 사업을 수행 중이다. 시설물 안전관리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양한 해외기관에서 공단을 찾아온다. 앞으로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시설물 안전관리기술 홍보와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다.”

대담=김기동 산업부장·정리=나기천·김승환 기자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약력

△고려대 토목공학과 △미국 오번대학교 토목공학박사 △BK21 건설산업 글로벌리더양성사업단장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 부회장 △고려대교 공과대학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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