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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세먼지 국외 기여도 30∼80%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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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7 20:59:26 수정 : 2017-06-07 20: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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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발표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국외 영향이 평상시 30∼50%, 고농도 시 60∼80%가량 기여하고 있다. 30%는 국내 배출량 감축을 주장하는 측의, 80%는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는 측의 과학적 근거로 사용된다. 국내 배출량을 더 줄일수록 국외 영향의 기여도가 높아져 우리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역설적인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는 만만찮은 상대인 대기질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국내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국내 배출량 저감과 국외 영향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미흡하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대책의 근거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꼬리표를 달아 대기에서 사라질 때까지 추적·관찰할 수 있다면 원인 규명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미세먼지의 국적은 어떻게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일까. 미세먼지의 원인, 특히 국외 영향의 기여도 논란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3월 말 국외 영향이 미세먼지 고농도 시 최대 86%까지 올라간 사례가 보고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미세먼지 국내외 기여도 값은 직접 측정이 아닌 ‘증거의 무게’에서 나온다. 국외 미세먼지가 발생한 시점부터 바다를 건너 국내로 유입되기까지 이를 직접 추적·관찰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산정한 다수의 결과가 서로 모순되지 않으면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센터장
과학원은 그간 정부 연구소와 학계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대기질 모델을 이용해 미세먼지 발생원별 기여도를 간접적으로 산정했다. 전체 배출량(국내외 배출량의 합)을 고려한 경우와 국내 배출량을 뺀 경우에 대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를 각각 모의하고, 이 둘의 차이를 계산하면 국외 영향의 기여도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국가 배경 지역의 ‘화학적 지문’ 측정 결과와 다수의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 분석 결과 등이 보태져 최종적으로 국외 영향이 평상시 30~50%, 고농도 시 60~80% 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여기에는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이동 문제를 공동 조사하기 위한 한·중·일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사업(LTP)의 일부 결과도 활용됐다.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국외 기여도를 산출해도 오차는 생길 수 있다. 수치 모델 자체의 한계, 모델 입력 자료의 부정확도, 측정의 시공간 제약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수립은 현재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과학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와 아시아의 대기화학적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미세먼지 예보 모델인 한국형 미세먼지 예보 모델 개발사업이 올 하반기에 착수된다. 2020년 이후에는 우리의 모델링 자원을 이용해 독자적인 수치 모델로 대기오염 문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미세먼지 원인에 관한 국제 학계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 국제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동북아 모델 비교 연구 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정지궤도 환경위성이 발사될 2019년 이후에는 자력으로 동북아 대기 배출원과 오염물질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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