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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키작은 풀빛바다 저 너머… 짙푸른 서해바다 손짓

입력 : 2017-06-09 10:00:00 수정 : 2017-06-08 21: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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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에 끼지못한 막내 봉우리/해마다 설움 토해낸다는 전설/오를 땐 능선을 따라가고/산 허리 휘감아 내려오는 길/1봉서 2봉 가는 길/우럭바위·거북바위 만나고
3봉에 다다르면/ 힘센 장수 풍채닮은 ‘어깨봉’
충남 서산 팔봉산에서 조망하는 경치는 1봉부터 4봉까지가 멋지다. 서쪽으로 가로림만과, 남쪽 천수만방조제, 북쪽 대산석유화학공단, 황금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간척지로 농경지를 넓힌 서산의 대부분을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을 활용해 삶을 개척해왔다. 조금이라도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하기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간척이다. 바다를 막아 농지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대지는 과거 바다였던 곳이 수두룩하다. 바다에 잠겼던 곳을 막아 현재는 옛 모습을 알긴 힘들다. 자연의 조화가 만든 멋진 풍광도 있지만, 인간의 힘이 어우러진 풍경도 이에 못지 않다.

충남 서산은 남쪽으로는 천수만 방조제, 북쪽으로는 대호방조제가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며 드러나던 갯벌이 방조제 건설로 농지로 변했다. 이맘때 서산은 한창 모내기를 하고 있어 초록빛이 한 창인 농지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있다. 풍경화를 그린다면 이런 풍경을 떠올릴 듯하다.

한 폭의 풍경화와 같은 서산의 모습을 보려면 팔봉산을 찾아야한다. 이름 그대로 여덟개의 봉우리가 갯벌과 바다를 굽어보는 산이다. 원래 팔봉산은 봉우리가 아홉개인데 제일 작은 봉우리를 빼고 팔봉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연말이면 여덟 봉우리에 속하지 못한 작은 봉우리가 자신을 끼워주지 않았다며 운다고 한다. 팔봉산은 팔봉면 금학리와 어송리, 양길리에 걸쳐 있다. 해발 362m에 불과한 나지막한 산이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팔봉산 산행은 완만한 숲길을 따라 가는 코스다. 지금은 꽃이 없지만, 가는 길에 벚나무가 이루는 터널이 나온다.
팔봉산 1봉에서 바라보는 가로림만 풍경.
팔봉산 2봉 가는 길에 있는 우럭바위.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해 1봉부터 올라 어송리로 내려오는 8봉을 완주하는 코스가 가장 대표적으로 3시간 정도면 된다.

하지만 팔봉산에서 조망하는 경치는 1봉부터 4봉까지가 가장 멋지다. 3봉은 팔봉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고, 5봉부터는 우거진 나무로 시야가 많이 가려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보기 힘들다.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완만한 숲길을 따라 가는 코스다. 지금은 꽃이 없지만, 가는 길에 벚나무가 이루는 터널이 나온다. 그 길을 지나 15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1봉과 2, 3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왼편에 있는 1봉을 찍은 후 다시 돌아와 2봉으로 향하면 된다. 1봉까지는 갈림길에서 100m도 되지 않는다. 다만 봉우리가 바위로 돼 있어, 조심히 올라야 한다. 해발 210m의 1봉은 노적봉으로 불린다. 쌀가마니를 쌓아놓은 듯한 모습이지만 1봉에선 이런 모습을 확인하기 힘들다. 2봉 쪽으로 가야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팔봉산 2봉의 코끼리 바위.
팔봉산 3봉은 어깨봉으로 불린다. 힘센 용사의 어깨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3봉을 보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봉 정상에 오르기는 매우 힘들다. 갈라진 바위 틈 사이를 팔과 다리로 버텨서 올라야하기에 무리해서 오르지 않는 것이 안전을 위해 좋다. 1봉 위에 서지 않아도 가로림만과 주위 섬들이 이루는 풍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남해의 다도해 풍경이 부럽지 않은 풍광이다.

1봉에서 내려온 후 2봉으로 향한다. 2봉부터는 경사도가 있는 철계단을 제법 올라야 한다. 철계단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1봉과 가로림만이 이루는 풍경을 볼 수 있다. 1봉을 보면 정상까지 거대한 바위가 탑을 쌓듯 하늘로 치솟은 모양을 하고 있어 노적봉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계단을 오르다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한다. 2봉 가는 길에는 우럭바위와 거북바위가 있다. 용왕이 보낸 우럭이 팔봉산 경치에 반해 돌아가지 않고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있는 우럭바위는 모습이 물고기와 흡사하다. 반면, 거북바위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채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있다.

코끼리 형상의 바위가 서 있는 2봉을 지난 후 3봉으로 향한다. 3봉은 어깨봉으로 불린다. 힘센 용사의 어깨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3봉을 보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3봉 역시 철계단을 타고 오르는데, 중간에 바위 아래로 지나야하는 용굴이 나온다. 팔봉산의 수호신인 용이 살았다는 곳인데, 용이 살기엔 그리 깊지가 않아 보인다.
팔봉산 3봉까지 오른 후 하산 길에는 기우제를 지내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3봉은 팔봉산 정상답게 사방을 둘러볼 수 있다. 1봉과 2봉을 오를 땐 서산 서쪽 가로림만이 주로 보였지만, 3봉에선 서산 남쪽 천수만방조제와 북쪽 대산석유화학공단, 황금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간척지로 농경지를 넓힌 서산의 대부분을 볼 수 있는 셈이다. 4봉은 3봉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로 3봉과 비슷한 높이의 암봉이다.

8봉까지 갈 수도 있지만, 3봉에서 주차장 방향으로 하산해도 된다. 운암사지를 들른 후 1봉과 2봉 갈림길로 이어진다. 오를 때는 풍경을 보기 위해 능선을 타고 왔지만, 내려가는 길은 팔봉산의 허리를 휘감아 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에 무덤들이 제법 보인다. 팔봉산에 머물던 스님이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러, “먹을 것을 갖다주면 명당자리를 잡아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고 먹을 것을 주지 않아 결국 굶어 죽었다고 한다. 이후 팔봉산에 명당 자리가 있다는 얘기에 묘를 쓴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데 명당 여부는 알 수 없다.

서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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