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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눈으로 말고… 가슴으로 사랑하는 법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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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0 09:59:59 수정 : 2017-06-10 09: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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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서당 뜨는 이유는/동물 소음·배설물로 이웃갈등/강북구 동물민원 연간 700건/감당 안돼 유기사례도 급증해/진정한 공존위한 ‘이해’ 필요성
무슨 교육 하나/배변·문제행동 대한 분석부터/산책·응급처치 요령까지 덤으로/반려동물 문제 결국은 사람 책임/견주도 '공동체' 의식변화 효과
대학생 송진아(20·여)씨는 누군가 자신의 가족사항을 물으면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개 한 마리’라고 답한다. 기른 지 2년 된 반려견 ‘별이’는 송씨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다. 하지만 송씨도 별이가 미울 때가 있다. 가끔 집안 아무곳에나 똥오줌을 싸기 때문이다. 실수를 발견할 때마다 혼을 냈지만 고약한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체념했던 송씨는 얼마 전 지인의 권유로 반려견 전문서적을 읽고 나서야 별이의 행동이 혼자인 것에 익숙지 않은 ‘분리불안’에서 나온 문제란 것을 알았다. 책과 TV 프로그램 등에서 훈련법을 익혀 연습하니 문제행동은 조금씩 줄었다. 송씨는 “개의 탓이라 여겼던 행동들도 개가 무엇을 원하는지 듣지 않는 사람의 문제란 것을 깨달았다”며 “육아서적을 보듯 개를 키울 때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반려견의 소음과 배설물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이웃과 갈등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동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키우다가 유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공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반려견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무료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행동 교정부터 응급처치까지…반려견 교육 인기

서울 강동구의 ‘강동서당’은 대표적인 반려견 행동 교정 프로그램이다. 9일 강동구에 따르면 강동서당에서는 5주간 전문강사가 짖는 행위와 배변 장애 등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교정하고, 산책 요령과 응급처치법 등도 알려준다. 한 기수당 30명씩 올해 총 4기수가 운영되는데, 기수마다 신청자가 100여명이나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9월부터 시작되는 3기는 벌써 신청자가 꽉 찼다. 강동구 관계자는 “1기 운영 뒤 입소문을 타면서 신청자가 급증했다”며 “다른 구민의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사연은 다양하다. 개를 처음 키우는 사람도 있지만 개를 길러본 경험이 많은 사람도 있다. 생후 6개월 된 푸들 ‘만두’와 2기 수업을 들은 정미소(25·여)씨도 예전에는 ‘개를 잘 안다’고 자신했다. 만두를 입양하기 2년 전부터 진돗개를 키웠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만두는 정씨가 잠깐만 집 밖에 나가도 제자리를 뱅뱅 돌며 울부짖었다. 강동서당에서는 ‘까꿍놀이’를 추천했다. 문을 열고 닫으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놀이를 반복하라는 것. 한 달간의 꾸준한 훈련 끝에 만두의 문제행동은 많이 고쳐졌다. 정씨는 “예전에는 밥 챙겨주고 예뻐해 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견종별 특성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정씨는 “진돗개와 푸들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나니 만두에게 맞는 훈련을 시킬 수 있다. 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법도 배웠는데 위기상황에서 유용할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강동구는 강동서당이 개보다는 견주를 교육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한다. 반려견의 문제행동 원인은 대부분 견주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동서당의 강사 서지형(28·여)씨는 “견주는 변하지 않고 개만 변하길 바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람도 같이 변해야 한다”며 “강동서당은 결국 견주와 반려견의 유대 강화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월드컵공원과 보라매공원 반려견놀이터에서 ‘반려동물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연구회 소속 수의사들이 강사로 나서서 개의 습성과 효과적인 훈련방법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동물 관련 민원 급증…반려견에 대한 이해로 해결

반려견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관련 민원 증가와 무관치 않다. 세계일보가 서울 25개 자치구에 문의한 결과 따로 통계를 내지 않는 곳을 제외한 20개 자치구의 소음·배설물·목줄 미착용 등으로 생긴 동물 관련 민원은 2014년 9989건에서 지난해 1만1965건으로 19.8% 늘었다. 지난해 서울시의 ‘120다산콜센터’에 접수된 유기동물 관련 민원만 1만8634건으로, 2014년(1만3539건)보다 37.6%나 증가했다. 서울시의 7개 대형공원에서 ‘반려동물 목줄 미착용’으로 적발된 건수는 매년 6000여건, ‘배설물 미수거’ 적발 건수는 매년 1000건에 달한다.

이런 민원은 자치구 입장에서는 큰 골칫거리다. 특히 반려견 관련 민원은 견주와 이웃 사이에서 중재를 하더라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 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견주가 반려견을 기르는 데 필요한 ‘에티켓’을 숙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민원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문제행동 때문에 개를 버리는 사람도 많은 만큼 문제행동 교정이 유기견 발생을 막는 최고의 방법이란 의견도 다수다. 강동서당도 이 같은 고민에서 시작됐다. 최재민 강동구 동물복지팀장은 “반려견과 유기견 민원이 많아 해결방법을 찾다가 강동서당을 시작한 것”이라며 “몇년 뒤에는 관련 민원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시 공무원과 민간 동물 전문가, 시민 11명으로 구성된 ‘동물갈등조정관’ 제도를 신설했다. 동물갈등조정관들은 동물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에 나가 시민을 면담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강북구도 연간 700건가량 발생하는 민원을 해결하고자 올해 초 ‘동물 민원 주민자율조정관 제도’를 도입하고, 지난달에는 강북구수의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민과 친숙한 통장을 통해 이웃 간 동물 갈등을 중재·조정하고, 반려견의 행동 교정과 상담을 진행해 갈등 재발을 방지한다는 목표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반려동물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라며 “앞으로도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확산을 위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이창훈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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