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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지지는 박사모와 다를 바 없어 홍위병(紅衛兵). 그들은 중국에서 동란(動亂)의 10년으로 불리는 문화혁명을 피로 물들였다. 마오쩌둥(毛澤東)을 광신적으로 지지하며 중국 내 모든 부르주아적, 전통적 요소를 배격·축출한다며 그 수를 가늠할 수 없는 많은 사람을 박해하고 목숨을 빼앗았다. 광적인 개인숭배, 마오쩌둥 비판의 금기, 집단주의, 폭력이 특징이다.

문화혁명 광풍에 중국은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을 잃을 뻔했다. 분서갱유식 탄압은 중국사회 전체를 퇴보시켰다. “세상이 온통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모두 졸지에 누런 황무지로 돌변한다.” 펄벅의 소설 대지(大地) 속 메뚜기처럼 광기의 인간 메뚜기들이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됐다.

김청중 외교안보부장
최근 페이스북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쓴 글을 보게 됐다. “페이스북 글에 욕설을 올리는 분들이 너무 많다. 부득이 이제부터 친구 끊기를 가차 없이 하겠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무슨 일인가. 페이스북 계정에 “‘모태솔로 맞나’ 조국 교수, 문재인 프리허그 행사에서 성희롱 발언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해 봉변을 당한 것이다. “집권여당의 문화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올린다. 남성들이 가장 실수하기 쉬운 발언이 젠더에 관한 것이니. 민감한 부분부터 절제하고 품위를 지키자”란 충정어린 지적이 메뚜기떼 습격을 불렀다.

강금실이 누구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발탁한 첫 여성 법무수장이다. 5월9일 밤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쁨의 박수를 보냈을 수많은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애정의 조언도 피아(彼我) 구분 못하는 메뚜기떼 습격을 피하지 못했다.

문위병(文衛兵). 머릿속을 맴돌던 조어(造語)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벌써 세상에 돌고 있다. 필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국회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문자폭탄 논란도 크게 보면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그들의 결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의사표현의 자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무오류인 양 개인숭배에 가까운 맹목적 지지까지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런 유(類)의 사고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이지 홍위병이나 박사모와 다를 바 없다.

필자는 2011년 이명박정부 청와대를 출입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익과 다음 세대를 앞세워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백지화하는 것을 보면서 칼럼에서 제대로 된 사과 없는 약속 파기는 신뢰의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소위 5대 비리(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인사배제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의 식언(食言)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지적을 문자폭탄으로 앙갚음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일부 네티즌은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기자 랭킹 리스트도 만들었다니 어이가 없다.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은 마음에 드는데 주변이 걱정이라는 말이 회자하던 게 생각난다.

국민 대부분은 문재인정부가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업적이 아무리 훌륭해도 5년 후 우리는 다시 대통령 선거라는 과정을 치른다는 것이다. 새로 사람을 뽑아야 한다. 작금의 경거망동은 5년 후 지금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희망하는 새로운 정권을 다시 탄생시키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5년 한철 메뚜기로 살 게 아니라면 자중하기 바란다. 선거는 계속된다.

김청중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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