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람의 감정이란 게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아파트 시세 그래프를 골똘히 보다 보니 좀 서글퍼지더란 말이다.
여기서 잠깐 내 소중한 집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이 집은 내 전 재산의 95% 정도를 차지한다. 대강 내 통장 속 예금과 현재 집값을 합한 금액을 전 재산으로 치면 그렇다는 말이다. 엄밀히 따지면 좀 더 복잡하다. 일단 이 집의 33.3%가 은행 대출이다. 5년 거치식으로 집을 담보 삼아 빌렸다. 매월 대출 이자로 내 월급의 10% 정도가 빠져나가고 있다. 얼마 전 통장에 모인 목돈으로 원금의 10%를 상환했다. 숫자가 많이 나와 좀 복잡한가? 다음 정권 말기쯤 되면 이 은행 빚을 다 청산할 수 있을 것 같단 얘기다. 은행 빚만 빚이겠는가. 은행 대출을 제외한 금액 중 일부는 부모의 노후자금을 당겨썼다. 이 또한 당연히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어머니는 우리 신문을 구독하신다)
김승환 산업부 기자 |
내 서글픔의 방점은 ‘내 연봉보다 훨씬 많이 오른 집값’에 찍혀 있다. 나는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 앉으나 서나 고민하고 취재한다.(편집국 간부들이 칼럼을 볼 것이다) 그러나 금액 기준으로 보면, 우두커니 서 있는 게 전부인 내 집보다 내 생산 가치가 떨어진다는 거 아닌가. 전국 주요 지역의 상승하는 아파트 시세 그래프를 본 월급쟁이들은 저도 모르게 이런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일할 맛 안 난다고.
요즘 주택시장은 데일 만큼 뜨겁다. 지난해 정부가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며 내놓은 11·3대책은 반년 만에 약발을 다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선을 마쳤다는 것 외에 별다른 호재가 없는데 시장에 불이 붙었다. 11·3대책이 투기수요를 임시로 틀어막는 데 그쳤단 걸 보여주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빚 내서 살 집 마련하기도 버거운 월급쟁이들은 일할 맛이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월급쟁이들 중 하나가 새 정부에 소박한 부탁 하나 하고 싶다. 일할 맛 나게 제대로 좀 도와달라고.
김승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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