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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MLB의 ‘미생’… 터너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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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9 21:25:56 수정 : 2017-06-29 22: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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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수많은 선수 중 LA 다저스 선수들은 유독 우리에게 친근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30)이 뛰고 있어 등판 때마다 활약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 선수 중 최근 국내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가 저스틴 터너(33·사진)다. 치렁치렁한 장발에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기른 독특한 외모도 터너의 인기에 한몫하지만 사실 이 선수가 팬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플레이에 혼신의 힘을 다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일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는 전형적인 천재들의 리그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그라운드를 달리고 배트를 휘두르는 괴물타자들과 150㎞를 가볍게 던지는 괴물투수들이 특별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터너는 이런 메이저리그 환경 속에 던져진 전형적인 ‘평범한’ 선수였다. 고등학교에서 2루수로 좋은 기록을 남겼고, 대학에서도 대학야구리그 우승까지 맛보는 등 성적 자체는 준수했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오히려 180㎝도 안 되는 키, 별다를 것 없는 운동능력 등 그의 단점에만 주목했다. 대학 4년을 꽉 채우고 2006년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 신시내티에 선택받으며 프로리그 입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앞길은 가시밭이었다. 마이너리그 성적 역시 준수했지만 어리고 빠르고 힘센 유망주들 사이에서 터너는 여전히 주목받지 못했다. 결국 트레이드와 방출이 이어지며 볼티모어, 뉴욕 메츠 등을 떠돌다 마침내 2014년 30살의 나이에 메츠에서도 버림받게 된다.

그러나 평범한 선수에게도 작게나마 기회의 문은 열려있는 법이다. 메츠에서 방출된 후 갈 곳을 잃은 터너에게 다저스가 스플릿계약을 제시했다. 스플릿계약이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 따라 연봉에 차이를 두는 형식의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불확실한 선수에게 거는 일종의 보험이다. 실력으로 메이저리그까지 기어올라 와야만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터너는 이 기회를 잡아냈다. 스프링캠프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려 당당히 메이저리거가 됐고 시즌에 돌입해서도 알짜배기 활약으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백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의 스토리는 한국 야구팬들이 류현진의 경기를 통해 지켜봐 온 그대로다. 백업으로 조금씩 팀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가던 터너는 어느 순간부터 팀의 핵심 선수로 올라섰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스타로 발돋움했다. 28일 기준으로 터너의 올 시즌 타율은 0.385에 달한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타석수가 모자라 아직 타율 순위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이 추세로는 규정타석을 채우는 순간 순식간에 타격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벌써 현지에서는 다저스에서 54년 만에 타격왕이 탄생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해온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가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로부터 비로소 인정을 받은 셈이다.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노력보다 재능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 속에서 이런 터너의 성공스토리는 남다른 울림을 갖는다. 터너가 이 성공스토리의 마지막을 ‘타격왕’으로 장식 할 수 있을까. 그의 활약은 류현진과 함께 시즌 마지막까지 다저스의 경기가 흥미를 더하는 또 다른 이유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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