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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그림으로 그린 다라니경… 관람객에 복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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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4 22:44:36 수정 : 2017-07-04 22: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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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 ‘고집멸도’
(227×94㎝. 9월 30일까지 현대블룸비스타)
블루톤의 화면이 압도적이다. 작가는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한글로 적고 색으로 지워가기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 드러나지도, 감춰지지도 않는 깨달음의 세계를 형상화하기 위해서다. 오묘한 기운이 마치 한량없는 우주 허공 가운데로 끌고 가는 기분이다.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은 다라니경에서도 가장 효험이 있는 기도문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들의 득도를 위한 기도문이자 불자라면 누구나 다 외우고 있을 정도다. 100일기도 등 우리나라 사찰에서 가장 많이 염송되고 있다.

원래 다라니경은 탑을 쌓은 다음 불경을 염송하여 성불한다는 뜻에서 만드는 경전(기도문)으로 예부터 탑 속에 다라니경을 넣는 것이 풍습처럼 내려왔다. 대표적 사례가 불국사 석가탑 속에서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으로 염원의 정성이 오랜 세월을 버텨온 셈이다.

신라인들은 탑돌이를 하며 다라니경의 주술적인 힘에 의지해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고자 했다. 다라니는 ‘주문’을 뜻하는 것으로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다라니경을 필사해 탑 같은 곳에 봉안하면 무병장수하고 재앙이나 악업을 소멸시켜 준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다라니경을 화폭에 필사한 행위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복을 기원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한다. 그림으로 그린 다라니경이라 하겠다.

그림 속엔 이미지 4개가 둥실 떠 있다. 고집멸도(苦集滅道)의 형상화다. ‘고(苦)’는 빨간 피로, ‘집(集)’은 상형문자로, ‘멸(滅)’은 둥근 달로, ‘도(道)’는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든 모습이다. 고통의 원인은 집착에 있으며 집착을 멸하면 도에 이른다는 가르침이다. 열반에 이르는 수행방법이다. 바로 불도에서 주창하는 성불에 이르는 네 단계의 길이다.

어쩌면 그것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찾아나가는 여정의 다짐이기도 하다. 이를 알기에 지난 토요일 저녁 양평 현대블룸비스타에서 열린 전시개막식엔 작가를 후원하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서울서 열리는 행사에서도 20~30명이 모이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300여명이 주말을 반납하고 작가와 함께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들은 20여년간 작가의 전시를 후원해 왔다.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작품세계 소개가 곁들여진 개막식 행사가 끝나자 많은 이들이 작가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인기연예인의 팬미팅을 방불케 했다. 한국미술의 희망을 봤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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