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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절박함에 ‘전시(錢試)’가 된 ‘변시’…월 수백만원대 과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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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8 18:26:14 수정 : 2017-07-18 21: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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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험 합격률 해마다 급감/2012년 87%서 올 51%로 ‘뚝’/5회 응시 제한에 ‘변시 낭인’ 속출/2000만원 ‘족집게 학원’도 등장
#1. “창피해서 학교에서는 공부를 못 하겠어요”

지난해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김모(30)씨는 2년째 변호사 시험(변시)에서 떨어졌다. 그는 내년 1월 변시를 앞두고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촌에 틀어박혀 살고 있다. 김씨는 “학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겠다며 부모님께 수천만원의 등록금을 더 부담을 드렸는데, 갚기는커녕 아직 변호사 자격증도 따지 못했으니 부모님께 면이 서지 않아요. 해마다 변시 경쟁은 더 치열해질 텐데 언제쯤 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을까요?”라고 고개를 떨궜다.

#2. 서초동의 한 법학원은 3~5명으로 이루어진 소수 지도반을 운영하면서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수강비로 2350만원을 받는다. 소수 지도반 원장을 맡고 있는 A 강사는 “가르치는 학생들이 변시 재시, 삼시 학생들이다 보니 절박함이 남다르다. 지난해 소수 지도반을 운영해 합격률은 60%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합격률이 51%다 보니 이를 약간 상회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변시 재시를 기준으로 하면 합격률이 30% 대이니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2007년 참여정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을 결정하며 내세운 근거 중 하나는 이른바 ‘고시 낭인’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고시 낭인이란 사법시험 합격을 위해 수년간 고시촌에 틀어박혀 사는 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올해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대한민국에서 법조인이 되는 길은 이제 로스쿨만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이제 고시낭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 자격을 따지 못한 ‘변시 낭인’이다. 2012년 제 1회 변호사 시험만 해도 합격률은 87.15%에 달했지만, 해마다 낮아져 올해 6회 변시는 51.45%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변시에 탈락한 이들이 누적됨에 따라 해마다 응시생은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법무부는 합격 정원을 매년 로스쿨 입학 정원의 75% 수준인 1500명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변호사의 자질을 담보해야 한다는 이유다. 전국의 한해 로스쿨 입학 정원은 2000명 수준이지만 재수, 삼수생이 해마다 누적되면서 올해는 변시 불합격률이 50%에 근접하게 됐다. 이제 2명 중 1명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고려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황모(26)씨는 “로스쿨 내부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도피성 휴학도 많고, 자발적 유급도 많다. 학점 관리를 위해 휴학도 하고, 스스로 학점을 F를 받기도 한다. 주변 상황을 보면 여섯 학기를 내리 다니는 로스쿨생들은 단번에 변시에 붙는 반면 경쟁에 치여 휴학하는 이들의 변시 합격률은 뚝 떨어지는 경향이 크다”라면서 “주변엔 ‘설마 나도 떨어지겠어’ 하는 마음으로 준비들을 하지만, 다들 사시보다는 쉬운 시험에 떨어졌다는 자괴감에 빠지는 것 같다. 부담감은 오히려 더 하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황씨 말대로 변시의 재시, 삼시 응시생의 합격률은 초시생보다 합격률이 뚝 떨어진다. 전체 합격률 61.1%를 보였던 제4회 변시를 살펴보면 초시생의 합격률은 74.7%, 재시생은 46.6%, 삼시생은 25.9%로 나타났다. 제 6회 변시에서는 대부분이 초시생으로 추측되는 로스쿨 6기의 합격률이 72.67%, 5기는 37.19%, 4기는 27.90%로 뚝 떨어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로스쿨 초기만 해도 초시, 재시, 삼시 등이 추적이 가능했는데, 이제 로스쿨 기수가 쌓이면서 군대나 개인 사정으로 휴학하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초시, 재시, 삼시 등을 따로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가장 최근 기수가 대부분 초시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변시가 사시와 다른 점은 로스쿨 졸업 후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5번 이내에 변호사 자격증을 따내지 못하면 수 천만원의 로스쿨 등록금을 허공에 날리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변시 낭인이 되지 않기 위해 로스쿨생들은 학원 수업에 목을 메고 있다. 결국 로스쿨에도 사교육 광풍이 불고 있다. 사시 폐지로 수요가 줄어든 신림동 고시촌의 법학원들도 이에 발맞춰 로스쿨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를 줄줄이 만들며 열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변시 합격을 위한 고액 강의도 생겨나고 있다. #2.에서 제시한 사례를 들은 연세대 로스쿨 재학생 박모(32)씨는 “그런 고액 강의가 있다니 놀랍긴 하다”면서도 “로스쿨을 다니면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3년간 억대의 비용을 들인다. 그런데도 변호사 자격증을 따내지 못한다면 그 돈을 고스란히 날려야 할 판이다. 그런 절박한 이들에게 변시 합격의 가능성을 높여주기만 한다면 2000만원이 넘는 학원비가 아까울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법학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만 해도 50~100만원 정도가 든다. 목돈이라 비싸 보이긴 해도 그들의 절박함이 마냥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학부 전공이 법학이 아닌 ‘비법대생’들이나 사시 경험이 전혀 없는 로스쿨생들에게는 학원 강의가 그 격차를 줄일 사다리가 된지 오래다. 사회계열 졸업 후 회사를 다니다 로스쿨에 진학한 박씨는 “입학 전 법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 학원 수업으로 따라가야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장에서도 변시 합격률은 큰 고민이자 딜레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로스쿨이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아닌 입학정원 대비 75%의 합격률 때문에 로스쿨이 변시 학원화되고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지금의 로스쿨은 자격 요건이 높아진 사법시험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역시 변시 합격률 제고였다. 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특성화 교육은커녕 변시 합격에만 목매고 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변시를 미국처럼 ‘자격시험화’하는 것이다. 기본 과목을 2학년까지 배우고 변시 합격자에 한해 3학년 때 선택 과목과 특성화 과목, 실무 수습을 거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프레임 전환을 요구했다. 나 전 회장은 “변시의 합격률이 50%대라고 낮다고들 얘기하는데, 현재 공무원 시험을 보라. 합격률이 2%에도 못 미친다. 로스쿨생들이 3년간 억대에 달하는 등록금을 냈다고 하는데, 돈만 냈다고 해서 변호사 자격증을 다 쥐어준다면 말이 되는가. 오히려 입학만 하면 정원 대비 75%의 합격률을 보장해주는 로스쿨이야말로 가진자들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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