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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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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9 21:18:55 수정 : 2017-07-19 23: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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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노조, 美 ‘빅3’ 몰락 되새겨야 영국이 극심한 경기침체기를 걷던 1983년.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에게 난국을 헤쳐나갈 유일한 수단이라고는 고강도 구조조정뿐이었다. 걸림돌은 노동조합이었다. 영국의 노조는 70년대부터 양당체제의 한 축인 노동당과 손잡고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살아 있는’ 권력이었다. 보수당 당수였던 대처는 집권하자마자 노조와 맞섰다. 조합원 20만명에 달하는 영국 최고 강성노조인 탄광노조(NUM)와의 대결은 ‘압권’이었다. 채산성 없는 탄광 폐쇄와 대규모 인력감축을 골자로 한 석탄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 간부의 면책특권 제한, 파업 결정 시 비밀투표 의무화, 동조·지원파업 금지, 노조 의무가입 조항 삭제 등 파격 조치까지 단행했다. 노조는 즉각 총파업에 나섰다. 하지만 대처 정부의 대응방식은 달랐다. 과거 파업이 장기화되면 국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타협해오던 게 관례였다. 하지만 대처는 국민에게 파업의 부당성을 알리고 고통을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비상용 석탄 비축을 늘려 국민불편을 최소화했다.

김기동 산업부장
1979년 당시 제임스 캘러헌 총리가 재정위기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임금인상을 5%로 제한하자, 공공노조가 총파업으로 맞서면서 나라가 마비됐던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은 영국인들에게 ‘트라우마’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쌓이고 죽은 사람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국민들이 노동당을 버리고, 첫 여성총리와 보수당을 택했을 정도였다. 그런 국민들이 대처의 편에 섰다. 그는 민영화와 노조와의 전쟁을 한 치의 양보 없이 치러냈다. 결국 노조는 1년여 만에 백기투항했다.

금속노조의 핵심인 현대기아차와 한국GM이 또 명분 없는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월급 15만원(기본급 7.18%) 인상, 전년 수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로 연장,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입이 딱 벌어질 일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단 4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에만 파업으로 3조원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지금 자동차업계의 실상은 엄중하다. 현대차만 해도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2006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중국시장에서는 사드보복으로 판매량이 60% 줄었다. 파업을 결의한 기아차도 지난해에만 2조2000억원(사측 주장)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파업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의 하나다. 단결권과 교섭권을 유지시키기 위해 노동자가 사용할 수 있는 극단적 선택이다. 다만 노조의 파업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사의 몫이다. 근로자는 임금 손실을, 기업은 이윤 감소와 명성의 훼손을 감내해야 한다.

과거 미국의 자동차 ‘빅3’(GM, 크라이슬러, 포드)가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되돌아보자. 강성노조인 미 자동차노조(UAW)는 수십년간 최고 수준의 복지와 의료보험 혜택을 누렸다. 퇴직 후에도 연금 및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가 하면, 심지어 공장 생산라인에서 흡연권을 달라며 파업을 벌일 정도였다. 연간 수백억달러의 적자에 시달리던 빅3는 2008년 부도 위기에서 정부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부품업체들이 짐을 쌌고,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에 시달리던 자동차의 메카 디트로이트는 5년 후인 2013년 파산을 선언하고 말았다. 현대기아차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쌓기 어려운 게 신뢰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명분 없는 파업은 접어야 한다.

김기동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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