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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축구 때문에 인생역전한 산체스… 열정으로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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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0 21:12:57 수정 : 2017-07-20 21: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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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의 우승으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애매한 위상을 가진 대회다. 각 대륙 챔피언 국가들이 모여 최강자를 결정하는 자리이지만 월드컵에 밀려 이벤트성 대회로 치부되곤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축구스타들이 출전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대회는 뜨뜻미지근했던 과거와 달리 그 어느 때보다 화끈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칠레의 축구스타 한 명이 대회 전체를 뜨겁게 달궜기 때문이다.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 수비를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지고, 체력 고갈에도 절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 선수의 플레이로 자칫 이벤트전이 될 뻔한 대회는 어느 순간 혈전으로 변했다. 바로 칠레의 축구영웅 알렉시스 산체스(29·아스날·사진)다.

남미 출신 축구스타들이 대부분 그렇듯 산체스의 어린 시절도 불우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사라져 버린 것. 졸지에 ‘소년가장’이 된 산체스는 고향인 토코피아 인근 구리 광산에서 일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광산의 뜨거운 열기도 산체스의 꿈을 녹이지는 못했다. 외삼촌으로부터 선물받은 낡은 축구공으로 틈틈이 실력을 쌓은 산체스는 결국 재능을 폭발시켜 축구선수의 길을 걷게 된다. 지역구단 코브렐로아에 입단한 것을 계기로 16세 때 성인팀에 승격돼 본격적인 프로축구선수가 됐고, 이듬해에는 이탈리아 축구팀 우디네세에 스카우트돼 유럽에 진출하기에 이른다. 이후 FC바르셀로나, 아스날 등 세계적 축구클럽에서 활동하며 세계적 축구스타로 성장했다. 또한 조국 칠레 대표팀을 이끌고 코파아메리카 2연패를 달성하며 칠레의 축구영웅으로 우뚝 섰다.

다만, 산체스가 타고난 재능만으로 축구스타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메시나 호날두 등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그에게서 발견하기는 어렵다. 대신 산체스의 경기에서는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집념과 근성, 끈기 등등이다. 단 한순간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설사 실수하더라도 끊임없이 다시 도전해 기어이 골을 성공시키고 마는 것이 바로 산체스의 플레이다.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경기뿐만 아니라 평범한 리그경기나 심지어 이벤트전, 연습경기에서조차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는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경기장에서의 모습뿐 아니라 축구선수로서의 삶도 성실 그 자체다. 휴가지에서 공을 들고 연습을 하는 장면이 팬들에게 수없이 목격될 정도다.

축구에 대한 이런 끊임없는 열정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는 산체스가 자신을 가난에서 구해준 축구를 그 무엇보다 존중하기 때문이다. “축구선수가 되지 못했다면 나는 평생 광산 노동자로 살았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축구 덕분에 일약 인생역전에 성공한 산체스는 이 보답으로 매 순간 뜨거운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축구에 대한 존중과 애정은 선행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비를 털어 빈민가에 축구장을 짓는 일에 나서고 있다. “나는 운이 좋아서 칠레를 떠나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내 고향에선 축구할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며 그는 조국의 아이들이 축구를 할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가난에서 비롯된 악바리 근성을 특유의 축구스타일로, 나아가 축구를 향한 애정으로 바꿔 나가고 있는 흔치 않은 축구스타 산체스.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메시나 호날두와는 다른 뜨거움을 보여주는 이 시대 축구의 또 다른 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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