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이 고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은지 이갈이를 심하게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턱이 뻐근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종종 올라오는 고민들이다. 이갈이는 코골이와 마찬가지로 불쾌한 소리를 유발해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이뿐만 아니라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된 턱관절 장애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본인의 턱 건강과 주변 사람들의 숙면을 위해서라도 ‘이갈이’는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정진우·고홍섭 교수의 도움으로 이갈이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갈이란 아래턱 근육이 반복적으로 움직여 위아래 치아가 지속적으로 갈리는 상태를 말한다. 이갈이는 잠잘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낮 동안에도 무의식중에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이갈이 환자들은 다른 사람이 말해주기 전까지 자신이 이갈이 습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갈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가량이 이갈이 증상을 보이며, 그중 5%가량이 치료가 필요한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갈이는 10대에서 30대까지 높은 빈도로 발생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치아와 음식물을 씹는 근육, 턱관절은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은 잘 견디지만 이갈이는 비정상적인 수평 방향으로 힘이 가해지는 것이어서 문제가 생긴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치아 표면의 마모와 잇몸의 퇴축이다. 심한 경우에는 이가 너무 많이 닳아 어금니가 평평해지고 신경까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혀와 입 안쪽 볼에도 울퉁불퉁한 이 자국이 남기도 한다. 그 외에도 귀의 통증, 두통, 이명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 임플란트하고 이를 갈 경우 임플란트가 풀리거나 깨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갈이의 원인은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교정을 했을 경우 등 교합이상이 원인으로 주목됐으나 교합이상에 따른 이갈이는 대부분 일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뇌 중추신경의 활동과 관련된 문제로 알려져 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이갈이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 이를 가는 사람은 갈지 않는 사람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갈이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원인요소를 전부 제거해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없다. 따라서 턱주위 근육 긴장을 줄일 수 있는 ‘안정장치’를 사용하는 방법과 행동조절요법으로 이갈이로 인한 불편감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이갈이 증상을 고치고자 병원을 찾을 경우 턱관절 장애 여부와 치아 마모 여부, 간이심리검사를 통한 스트레스 여부 등을 따져 상담을 통해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안정장치’는 아랫니 또는 윗니 전체를 완전히 덮는 형태의 투명하고 단단한 플라스틱이다. 치아의 마모와 동요를 예방하고 턱관절과 근육으로 전해지는 힘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환자의 입안 모형을 떠 맞춤 제작한다. 장치를 사용한 초기에는 이갈이가 다소 감소할 수 있으나 이갈이 장치는 이갈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는 못한다.
새로 맞춘 안정장치를 며칠 만에 손상시킬 정도로 심하게 이를 가는 사람도 있다. 그 경우 보톡스주사 치료가 권장되기도 한다. 흔히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톡스는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호를 차단해 근육활동을 떨어뜨린다. 이갈이를 유발하는 근육에 주사하면 뇌에서 이갈이 신호를 보내도 갈지 못하게 된다. 보톡스 주사의 효과는 수개월간 지속되다가 감소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주사가 필요할 수 있다.
장치치료와 보톡스는 이갈이의 근본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하므로 이갈이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바이오피드백’이 대표적인 행동치료다. 환자의 턱근육에 전극 장치를 부착해 근육활동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장치에서 소리가 나거나 불이 들어온다. 환자는 이를 인식한 뒤 턱 긴장을 완화한다. 이갈이를 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정진우 교수는 “이갈이는 완치가 없으므로 장치 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정기적으로 치과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갈이 정도를 감소시키고 턱관절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유 없이 입을 크게 벌리거나 질긴 음식을 즐기지 말고, 턱을 괴거나 엎드려 자지 않으며, 평소 윗니와 아랫니가 붙어 있지 않도록 얼굴 근육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홍섭 교수는 “이갈이는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지만 증상 정도에 따라 적극 대처하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심리적 요인이 이갈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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