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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조희연 “교육청 일부 권한 학교로 넘겨 자율성 확장해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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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5 19:10:25 수정 : 2017-09-05 21: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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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교육계엔 바람 잘 날이 없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부터 ‘교원 임용절벽’ 사태, 교육 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까지 정부 교육정책들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지라 조희연(61) 서울시교육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9시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국회 일정을 마친 조 교육감을 만났다. 학자 출신답게 조 교육감은 세계일보 취재진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책을 읽고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교원 임용절벽 사태의 해법과 사립학교 비리 근절책에 대해 설명하는 조 교육감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다.

조 교육감은 조만간 발표할 올해 초중등 교원 선발인원을 지난달 예정인원 발표 때보다 늘릴 수 있도록 휴직인력 확대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학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에 감사전담팀을 꾸려 상시 감사 체제를 구축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사립 교직원 징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피력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지난 정부와 비교할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지난 정부는 교육부를 앞세워 누리과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국민의 지지를 잃었을 뿐 아니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 새 정부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불필요한 갈등을 접고 협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삼각산고에서 열린 ‘교육자치정책협의회’가 대표적이다. 협의회에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들, 일선 학교 관계자 등이 참여해 교육정책을 논의한다.”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대폭 이양한다는데.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넘기고, 다시 교육청의 권한을 학교로 이양해 학교의 자율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첫 회의에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권한 배분을 넘어 학교를 자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교육부의 규모를 그대로 놔두면 사실상 교육부가 더 비대해지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줄인 인원을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에 배치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별 교육격차가 심화하거나 선심성 정책이 남발할 수 있으므로 전국 공통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 서울 공립 초등교원 선발예정 인원이 전년도의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해 비판을 받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전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도 청년 일자리 정책을 이유로 교원을 과잉 선발했다. 임용 합격 후 3년 안에 발령이 나지 않으면 합격이 취소되기 때문에 적체 인원을 해소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선발인원을 산출해 빚어진 결과다. 이런 설명이 교육부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식으로 오도된 것 같다. 최종 공고를 앞두고 선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크게 3가지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교육부에 꾸준히 추가정원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는 자율연수휴직제·연구년제 비율을 늘리거나 ‘협력교사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자율휴직제는 건강상의 이유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어도 신청할 수 있는 무급휴직 제도다. 초등의 경우 현재 149명이 이 제도를 이용 중이다. 신청 요건이 조금 까다로운 편인데, 이를 완화하겠다. 정부가 임용절벽 해법으로 제시한 ‘1수업2교사제’는 우리 교육청 혁신교육지구 등에서 이미 협력교사제란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 수업에 교사 2명이 교단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업에서 협력교사가 추가로 투입돼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지원하는 제도다.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 정부가 일부 오해에 기초한 비판으로 1수업2교사제를 철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새 정부 들어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각종 교육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조 교육감은 ‘교원 임용절벽’ 사태와 관련해 “선발인원을 늘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기간제 교사 등 교육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때문에 교원 선발인원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취임 이후 학교비정규직의 불합리한 고용과 처우개선 문제를 풀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교육감 직접고용으로 무기계약직 1618명을 채용한 일이나 무기계약 대상자 전환율 99% 달성, 생활임금의 운영, 노사협력 전담조직 신설 등이 그것이다. 지난번 서울지역 교육공무직의 처우 개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간제 교사의 처우 개선을 이끌어 내자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이를 조금 다르게 해석해 오해가 생겼다.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는 입직 통로 자체가 분명 다르다. 기간제 교사는 학교장이 자체 선발과정을 통해 뽑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직종이다.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의 처우는 개선돼야 하지만 정규 교사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일각에서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교원 선발인원을 줄였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립학교가 교육당국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사립학교에 인건비와 운영비, 시설비 등 재정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교육감에게 교직원 징계권이나 재정 통제권이 없어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서울시교육청의 중징계 요구에 대한 사립학교들의 처분 시행률은 22.9%에 불과하다. 학교법인 측에 징계위원회 개최를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해당 법 제62조에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법인이 아닌 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 제정 당시 로비에 의해 왜곡이 발생한 건데, 이를 초중고교로 확대해야 한다. 교육부와 상시 소통 채널이 생긴 만큼 사립학교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겠다. 국회에도 이미 관련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사립학교의 감사가 자주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최근 일반직공무원 약 400명을 증원해주기로 했다. 이 인원을 활용해 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에 5명 안팎의 감사전담팀을 만들어 상시 감사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사립학교 입장에서는 왜 갑자기 강하게 나오느냐고 할 수 있지만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를 수용해야 한다.”



―새 정부 대표 교육공약인 ‘고교 학점제’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대학처럼 학생이 진로와 선호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고교 학점제는 평가체제 등 기본적으로 함께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고교 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현재의 경쟁적 입시구조부터 해소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열화한 대학체제에서는 어떤 입시제도라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 체제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가 수능 개편을 결국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큰 틀에서 우리가 어떤 미래 교육의 상을 갖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수능이 일종의 자격시험 역할을 하는 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방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면서도 일종의 교육 앙시앵 레짐(구 체제)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학서열화와 이에 따른 암기식·줄세우기식 교육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가 큰 방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부가 제시한 수능 개편 시안 1안은 과도기적 성격이고, 2안은 전면적인 안이다. 두 시안 모두 절대평가라는 큰 방향을 담고 있다.”

―올해 외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들을 전부 재지정했는데.

“교육감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외고와 자사고가 제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때 외고·자사고 문제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시행령을 개정해야 실질적인 폐지가 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의지 약화나 반대 여론에의 굴복과는 무관하며, 법 테두리 안에서 행정을 한 결과다. 외고·자사고 등의 존폐는 교육청의 평가 행위와 분리된 별도의 영역, 즉 제도의 문제다. 국가교육회의에서 합당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본다.”

―지난 3년간의 활동을 평가해 달라.

“과속하지 않는 대신, 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고 교육행정을 수행했다.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등 혁신교육정책의 복원과 확장, 중학교 협력종합예술 프로그램 운영, 공영형 사립유치원과 오디세이학교 등 대안 교육제도 모델 창출 등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서울 25개 자사고 중 2개교만 일반고로 전환했다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은 임기 동안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들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대담=박찬준 사회2부장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약력

●1956년 전북 정읍 ●서울 중앙고 ●서울대 사회학과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석·박사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성공회대 교수 ●한국사회학회 이사 ●참여연대 정책위원장·협동사무처장 ●한국산업사회학회 이사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부원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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