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총선 후 당 본부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들과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
아베 총리의 ‘베프’(베스트 프렌드)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아베의 뒤를 이어 북풍을 타고, 2020년 재선 고지를 넘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 5대 변수 중의 하나로 북한 문제를 꼽았다.
◆북풍, 일본 강타 후 미국 상륙
북한이 지난 8월, 9월에 쏜 탄도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갔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로 일본에서는 핵 공포가 확산했다. 일본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목소리가 커졌다. 사학 스캔들로 한때 20%대까지 떨어졌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50% 이상으로 올라섰다. 아베 총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난달 28일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는 정치적 도박을 감행했다. 아베 총리는 보란 듯이 이 도박에서 성공을 거둬 오는 2020년까지 초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북한은 지난 7월 4일과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를 발사했다. 북한이 7월 28일 발사한 ICBM은 최대 고도 3724km, 비행 거리 922km, 최대 사거리 1만 km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북한이 쏜 미사일이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는 물론이고, 시카고와 덴버를 때릴 수 있고, 뉴욕과 워싱턴 DC 등 미국 동부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미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미국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가장 시급한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입만 열면 북한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말에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우리가 얼마나 완전하게 준비돼있는지 안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관해 말하자면 우리는 어떠한 것도 준비돼있다”면서 “믿기지 않을 만큼 잘 준비돼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으면 답은 ‘예스’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냐고 물으면 그걸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AFP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해석했다. 군사옵션을 동원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군사옵션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반문한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인 도우그 소스닉은 최근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승리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소스닉은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가 재선하는 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만을 겨냥한 정치 행보를 계속하고 있고, 트럼프 지지층은 여전히 결집해 있다고 그가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 현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승리를 단정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승리에 북한 문제, 경제 성적표,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 탈환 여부, 트럼프의 건강,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등 5대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충동적인 미국 최고 사령관이 북한과 핵전쟁 돌입을 선언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누구든 트럼프와 김정은이 대결하기를 바라지 않으나 미국 정부의 정통한 소식통과 고위 인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에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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