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떨고 있니?”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태수가 교수대에서 한 말이다. 아무리 미화해도 조폭 세계는 비열하다. 등 뒤에서 총질이나 하는 자들이니 오죽할까. 태수가 친구 강우석 검사 앞에서 그 말을 한 것은 ‘쪽 팔리고’ 싶지 않아서다. 조직세계의 불문율이 하나 있다. 보스는 말도 ‘폼 나게’ 하고 옷도 말쑥하게 차려입어야 한다. 다 보스답게 보이기 위해서다. 카리스마는 거저 생기지 않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서로에게 총을 겨눴다. 두 사람 다 한국당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백전노장이다. 한 사람은 제1야당 대표고 다른 한 사람은 국회의원에 무려 8번이나 뽑힌 최고 원로다. 그런데 싸움 수준이 뒷골목 막가파 수준이다.
홍 대표는 “정치를 더럽게 배워서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며 “깜냥도 안 되면서 덤비고 있다”는 등의 험한 말로 비난하고 있다. 서 의원은 말 폭탄 대신에 홍 대표의 취약점을 건드리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대법원 최종심을 앞둔 사실을 부각시킨 것이다. 막장드라마에 등장하는 녹취록 논란도 이어진다.
홍·서의 전쟁은 돈 클레오레나 태수의 그것보다 나을 게 없다. 감정을 자제하는 이성적인 태도는커녕 품격을 지키려는 보스다운 카리스마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의 내전이 뒷골목 이전투구가 되면서 본질인 친박계 청산과 혁신의 깃발은 너덜너덜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명될까?’,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의총에서 살아남을까?’ 하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진 것이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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