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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방아쇠를 당기는 타이밍 아닌가요?” 명작 누아르 ‘대부3’에서 이 대사를 듣고 감탄한 적이 있다. 정치판도 조폭들의 세계처럼 배신과 복수가 판을 친다는 은유 아닌가. 이성, 자제, 품격 이런 말들은 조폭의 언어가 아니다. 그러나 돈 클레오레 역의 알 파치노는 측근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복수심이 앞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판단력이 흐려져 사태를 그르치기 쉽다.

“나 지금 떨고 있니?”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태수가 교수대에서 한 말이다. 아무리 미화해도 조폭 세계는 비열하다. 등 뒤에서 총질이나 하는 자들이니 오죽할까. 태수가 친구 강우석 검사 앞에서 그 말을 한 것은 ‘쪽 팔리고’ 싶지 않아서다. 조직세계의 불문율이 하나 있다. 보스는 말도 ‘폼 나게’ 하고 옷도 말쑥하게 차려입어야 한다. 다 보스답게 보이기 위해서다. 카리스마는 거저 생기지 않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서로에게 총을 겨눴다. 두 사람 다 한국당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백전노장이다. 한 사람은 제1야당 대표고 다른 한 사람은 국회의원에 무려 8번이나 뽑힌 최고 원로다. 그런데 싸움 수준이 뒷골목 막가파 수준이다.

홍 대표는 “정치를 더럽게 배워서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며 “깜냥도 안 되면서 덤비고 있다”는 등의 험한 말로 비난하고 있다. 서 의원은 말 폭탄 대신에 홍 대표의 취약점을 건드리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대법원 최종심을 앞둔 사실을 부각시킨 것이다. 막장드라마에 등장하는 녹취록 논란도 이어진다.

홍·서의 전쟁은 돈 클레오레나 태수의 그것보다 나을 게 없다. 감정을 자제하는 이성적인 태도는커녕 품격을 지키려는 보스다운 카리스마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의 내전이 뒷골목 이전투구가 되면서 본질인 친박계 청산과 혁신의 깃발은 너덜너덜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명될까?’,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의총에서 살아남을까?’ 하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진 것이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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