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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전작권 환수 앞서 성찰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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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1 23:13:54 수정 : 2017-11-01 23: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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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군지휘부 줄행랑치고 / 어선 나포 파악 못한 국방장관 / 군사기밀 줄줄이 새는 나라 / 군 지휘권 맡을 자격 과연 있나 1951년 5월 강원도 현리를 방어하던 한국군 3군단이 중공군의 대공세에 밀려 줄행랑을 쳤다.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인제문화원장 고 정병석씨는 “지휘부가 연락비행기로 탈출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군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상등병으로 참전했던 박한진 예비역 대령은 “지휘부가 먼저 도주하자 병력은 중대, 소대 단위에서 10명 규모로 뿔뿔이 흩어졌고 소총을 버린 병사도 부지기수였다”며 “일부 장교들은 수치스럽게도 계급장도 떼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미8군 사령관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은 유재흥 3군단장에게 “당신의 군단과 예하 2개 사단이 어디 갔나”라고 물었다. 유 군단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밴플리트는 현장에서 정일권 육해공군총사령관에게 “3군은 해체한다. 한국 육군본부는 더 이상 작전을 통제할 수 없다”고 통고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14일 편지를 통해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을 한국 육해공군의 작전지휘권자로 임명했다. 미군이 전쟁을 총괄수행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군은 동부 일부 전선 등을 한국 지휘관에게 맡겨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현리 패주로 인해 한국군의 전작권은 완전히 상실됐다.

당시 자원입대했던 국민방위군의 장정 9만여명이 1·4후퇴 때 영하의 기온에서 동사하거나 아사했다. 국방부 등 지휘부가 국고금과 물자를 부정 착복해 식량과 피복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부장관이 쫓겨나고 정일권 사령관은 사단장으로 강등됐다.

밴플리트는 6·25전쟁에서 외아들을 잃었다. 슬픔을 억누르며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그의 눈에 무기를 팽개치고 도망가거나 보급품 착복으로 사병이 얼어죽는 게 어떻게 비쳤을까.

미 대선에서 반전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한반도 철수를 공약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격이 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반공포로를 석방하고 북진통일을 선언했다. 미국은 마지못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했다. 조약은 미군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는 올무 역할을 했다. 그렇게 해서 위기가 넘어갔다.

한용걸 논설위원
오늘날 군 지휘부의 책임의식은 얼마나 강화됐을까. 국민 7명을 포함한 어부 10명이 탄 어선이 지난 21일 조업중 북한에 나포돼 일주일간 억류됐다. 최고지휘관인 송영무 국방장관과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잠수함 장보고, 이지스함 율곡이이함, 울산급 차기호위함, 수상구조함 통영함 등 군함 관련 정보가 지난해 4월 북한으로 빠져나갔다. 북한이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군함의 설계도와 전투체계, 건조기술, 무기체계를 훔쳐갔다. 1∼3급 군사기밀 60건이 포함됐다. 국방망도 지난해 해킹당해 ‘작계 5015’ 등 한미연합 군사작전 등 비밀문서가 새나갔다. 이런 것을 보고도 미군이 한국 지휘관들의 통제를 받을지 의문이다.

한 전직 장성은 일부 지휘관들의 행태에 대해 혀를 찼다. 지휘관들이 땅을 보러다니더라는 것이다. 지형지물을 살피는 것은 작전수행에 앞선 기초조사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군사보호해제지역을 찾아다니며 개발호재를 탐문하는 것을 보고는 “X별”이라고 힐난했다. 육군대장이 공관병에 대한 갑질로 도마에 올랐다가 구속됐다. 미 펜타곤이 이를 모를까. 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권들이 군을 정치에 이용해 역량을 저하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국군기무사령부를 군과 무관한 인터넷 여론 감시에 동원했다.

미국은 1차세계대전 때 영국과 프랑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참전했다. 유럽원정 사령관인 존 조지프 퍼싱 장군은 영국·프랑스 부대와 합류하라는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인 지휘권을 행사해 독일군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미군은 타국 지휘를 받지 않는 게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미 의회에서는 한반도 이슈가 논의될 때마다 의원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다. 취재현장에서 이런 주장을 들으면 국내 분위기가 참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군이 미국군을 지휘할 정도로 신뢰가 쌓였는지,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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