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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손글씨에 빠진 사람들… ‘캘리그래피’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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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4 06:00:00 수정 : 2017-11-06 10: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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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삶속 강좌 수강생 몰려… 디지털시대 아날로그 감성 자극
“붓을 이렇게 가볍게 잡으시고 천천히 한번 써볼게요.”

지난달 30일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디자인 학원. 캘리그래피(손글씨)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이 한글 자음과 모음을 정성스레 화선지에 써내려 갔다. 붓을 든 자세는 어색하고 글씨는 삐뚤빼뚤했지만 표정만큼은 사뭇 진지했다. 처음 글을 배우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3∼4시간 동안 붓을 잡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손목이 아프고 어깨가 결린다. 하지만 수강생들은 강의실 벽에 걸려 있는 캘리그래피 작품들을 보며 의지를 다진다. 대부분의 수강생은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에게 멋진 글귀를 선물하는 게 꿈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창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한다. 그러나 수강생들은 혼신의 힘을 다한 ‘작품’이 마치 초등학생이 쓴 것처럼 보여 멋쩍은 웃음과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디자인 학원에서 직장인 수강생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정성스레 붓글씨를 쓰고 있다. 글씨는 삐뚤빼뚤하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하다.
이재문 기자
전문적으로 글씨를 배우려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로자개인훈련’을 통해 강의료를 지원받아 캘리그래피를 배운 직장인은 모두 1만1417명에 달한다. 한 해 2000∼3000명의 직장인이 전문적인 글쓰기 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부업이나 전업작가를 꿈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달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직장인 김모(22)씨는 재미도 재미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글씨를 배우고 있다. 그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면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동영상과 사진을 자주 올린다.

김씨는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캘리그래피가 SNS시대에 비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유튜브에는 캘리그래피 관련 영상이 무려 5만5600개나 올라와 있었다. 가장 많이 본 2분30초짜리 영상은 조회 수가 180만회가 넘는다. 물론 ‘감성글’을 SNS에 올려 주변에서 받는 관심은 덤이다.

캘리그래피는 무엇보다 일상의 쉼표를 준다는 데서 매력적이다. 직장인 길선영(47·여)씨는 “일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새내기 교사 김은진(26·여)씨 역시 “주변 지인들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데다 잊어버렸던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 좋다”고 웃었다.

디자인아카데미 ‘공간’의 김태희 강사는 “바쁘고 각박해진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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