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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중심에 선 여성… 복잡한 욕망·심리 표현 집중"

입력 : 2017-11-09 20:53:31 수정 : 2017-11-09 21: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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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옥’서 카리스마 연기 선보인 김혜수

“관계의 밀도가 좀 더 촘촘했더라면 등장인물들에게 더 큰 힘이 실려 좋았을 텐데…. 연기하는 배우들과 전체 균형을 보는 감독과의 시각차이라고나 할까요.”

그도 시사회에 대한 논평을 들은 모양이다. 30년 톱스타의 내공답게, 자신이 주연한 영화를 객관적으로 응시할 줄 알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선 순순히 인정하는 것 또한 빠르다.

영화 ‘미옥’에서 다시 한번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김혜수는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하는 누아르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이제는 국내 팬들도 누아르 영화를 응원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여배우들이 꾸준하게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제공
평단에서는 “액션이 다소 약한 감이 있다” “카리스마는 ‘차이나타운’에서의 ‘엄마’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김혜수의 새영화 ‘미옥’에 대한 이야기다. 

“전형적인 누아르예요. 그 중심에 여성이 있는 거죠. ‘여성 누아르’와는 다른 겁니다.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고 심리적 배신과 오해, 그리고 파국으로 치닫는…. 상훈의 욕망은 현정이죠. 현정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떠나려는 것이고…. 짠한 감정이 남는 영화입니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과 그를 위해 칼을 든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비리 검사 최대식(이희준),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욕망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을 그린다.

김혜수는 조직의 2인자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은퇴를 준비하는 현정역을 맡았다. 화려한 외모 뒤 잔인한 면모를 지닌 현정은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서늘함과 비밀스러운 욕망의 캐릭터다.

‘차이나타운’(2014)에 이어 또다시 강렬한 인물로 등장한 김혜수는 이번엔 카리스마에 액션까지 배합한다. 10㎏짜리 장총으로 상대를 제압하는가 하면, 대형버스를 몰거나 전기톱과 단도를 휘두르고 권총을 든다.

“영화 속에선 예상치 못한 아들이 등장하지만 모성애가 개입되지는 않습니다. 극의 흐름을 위해 ‘엄마는 없고, 그냥 그 아이가 나타난 것일 뿐이야’라는 마음가짐으로 감정선을 잡아가며 연기했어요. 의도적으로 모성애 없이 찍은 겁니다. 조직의 일을 위해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았던 현정이 갑자기 아이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단, 어느 순간 내 욕망 안에 이 아이가 들어와 있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아들이어서라기보다는,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들어온 아이라 이제는 내가 지키겠다는 마음이 생겨난 거죠.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오히려 차갑고 시크하게 찍히기를 바랐어요.”

본격적인 액션 연기는 처음이었다.

“다칠까 봐 액션연기를 싫어했거든요. 스태프의 철저한 준비 덕에 모두 아무런 부상 없이 촬영을 마쳤어요. 폐차장 액션장면을 찍을 때는 물리치료사가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죠. 하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김혜수는 처음 호흡을 맞춘 이선균에 대한 칭찬으로 말을 이었다.

“선균이 정말 잘 해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임상훈역이 가장 어려울 거라 생각했거든요. 임상훈의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잖아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임상훈이 제일 잘 나온 것 같아요. 선균이가 멋지게 해낸 겁니다.
신인인데도 자신과의 대면연기에서 결코 주눅들거나 위축되지 않았던 오하늬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늬를 좀 더 부각시켰어도 좋았을 거예요. 현정, 김여사(안소영), 웨이(오하늬)의 연대감, 그들 사이의 애환 등 디테일을 살렸다면 더 탄탄하고 풍성한 느낌의 영화가 나왔을 겁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자면 수조에 갇힌 검사 최대식을 향해 욕설을 내뱉을 때라고 한다.

“여성 관객들은 시원할 거예요. 촬영현장에 여자 스태프가 많았는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여성들이 평소 그런 욕설 표현을 못하고 살아서인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았어요. 하하.”

앞으로도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을 맡겠느냐는 물음엔 “의도적으로 찾지는 않겠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가겠다”고 답한다. 열어두겠다는 말이다.
영화 ‘미옥’에서 범죄조직의 2인자로 변신한 김혜수.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저는 영화든 드라마든 제게 들어온 시나리오와 대본은 다 읽어봐요. 정말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갈 만큼 재미없다 하더라도 끝까지 읽어보는데…. 결국은 마음이 끌리는 것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그는 다독의 배우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배우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며 부지런히 자신을 늘려가야만 해요. 제가 항상 해야 할 숙제죠. 연기와도 연관이 있고. 물론 책이 필요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 경우는 책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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