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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경의행복줍기] 내 안에 있는 보물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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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4 21:06:48 수정 : 2017-11-14 23: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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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열심히 ‘마련하기 위해’ 살아가는 남자가 있었다. 집을 사기 위해, 자동차를 사기 위해 앞선 친구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종합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평소 안면이 있는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결과는 사흘 후에 나옵니다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삶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평화보다는 불만이 많았던 나날이었다. 몇 장 보다 남긴 책이며, 항시 내일로 미뤄 온 여행이며, 마저 정리하지 못한 것,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왜 나에게는 이 세상의 행복이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걸까?” 가슴 가득 분노가 일었다. 결과를 보러 갔다. 의사가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악성이 아니라 양성입니다.” 그는 갑자기 물결치듯이 밀려드는 햇살을 느꼈다. 어느 하루 뜨지 않은 적이 없는 태양이건만 이때처럼 찬란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공기 한 모금. “아, 이처럼 단 공기를 이제껏 내가 모르고 지냈다니.” 그는 그제야 행복을 제대로 알아본 것 같았다.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에는 무관심하고 고마워 할 줄 모른다. 모든 걸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가치를 깨달을 때는 그것을 잃고 난 이후다. 전기의 소중함을 느낄 때는 정전이 돼서 암흑 속에 놓여 있을 때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누구나 갖고 있는 당연한 것이라도 그것에 감사할 줄 알면 행복을 포켓에 넣고 다니는 사람과 같다.

“(…)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계시다./ 손이 둘이고 다리가 둘/ 가고 싶은 곳을 자기 발로 가고/ 손을 뻗어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나온다./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아무도 당연한 사실들을 기뻐하지 않아/ ‘당연한 걸’ 하며 웃어버린다./ 세 끼를 먹는다/ 밤이 되면 편히 잠들 수 있고 그래서 아침이 오고/ 바람을 실컷 들이마실 수 있고 /웃다가 울다가 고함치다가 뛰어다니다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모두가 당연한 일/ 그렇게 멋진 걸 아무도 기뻐할 줄 모른다./ 고마움을 아는 이는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들뿐/.” 일본인 의사 이무라 가즈키오가 남긴 시다.

행복은 저 먼 산 뒤에 숨어 있어서 힘들게 찾아가서 잡아야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하나하나 소중히 생각하며 고마워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남보다 승진이 늦은 나, 그런데 건강하다. 남들보다 피부가 나쁜 나, 그런데 미소가 예쁘다. 공부 못하는 나, 그런데 축구만은 자신 있다. 맞벌이 안 하는 나, 그런데 된장찌개 끓이는 솜씨만은 대치동에서 최고다. 내가 갖고 있는 걸 크게 부각시켜 마음껏 행복해보자. 우리가 행복해야 되는 시간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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