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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폐 떼어준 부모·불법이식 감행한 병원…국내 첫 '생체 폐이식' 성공

입력 : 2017-11-15 14:52:25 수정 : 2017-11-15 14: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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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생체 폐이식 수술을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폐 일부를 이식받은 오화진씨(오른쪽 두번째)가 지난달 27일 중환자실에서 스무번째 생일을 맞았다. 왼쪽부터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교수와 오씨 어머니 김해영씨, 오른쪽은 아버지 오승택씨. 서울아산병원 제공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폐의 전부라도 줄 수 있는 마음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나와 아내의 폐 일부를 딸에게 주는 생체 폐이식을 허락해 주세요.”

말기 폐부전으로 폐 기능을 모두 잃은 오화진(20·여)씨의 아버지는 지난 8월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려 자신의 폐를 떼어 딸을 살리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국내 장기이식법상 폐 기증은 뇌사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생체 폐이식은 불법이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말기 폐부전 환자에게 부모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이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오씨는 3년 전 갑자기 숨이 차고 몸이 붓기 시작했다.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기 어려워져 심장 기능까지 떨어지는 특발성 폐고혈압증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한차례 심장이 정지됐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다시 심장마비가 온다면 소생 확률이 20%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생체 폐이식을 알게된 오씨 부모는 이 분야 권위자인 히로시 다테 일본 교토의대병원 교수에게 해외 원정 이식수술이 가능한지 의뢰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씨 부모의 부탁에 아산병원이 나섰다. 아산병원 폐이식팀은 히로시 교수에게 수술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지난 10년간 생체 폐이식을 준비 해왔다. 병원은 오씨의 수술을 위해 지난 8월 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와 의료윤리위원회를 개최했고,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대한이식학회에 의료윤리적 검토를 의뢰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또 정부기관과 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대한이식학회에 보고해 생체 폐이식 수술의 불가피성을 설득했다.

마침내 지난달 21일, 오씨와 아버지, 어머니가 동시에 수술대에 올랐다.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등 총 50명의 의료진이 힘을 모았다. 아버지의 우측 아래 폐와 어머니의 좌측 아래 폐가 각각 오씨의 오른쪽과 왼쪽 폐로 이식됐다. 사람의 폐는 일부를 절제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체 폐이식은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안전한 방법이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오씨는 수술 후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현재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오씨 부모도 퇴원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오씨는 “수술 후 6일 만에 처음으로 의식이 돌아온 날이 마침 생일날이었고,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감격과 감사한 생각만 들었다”며 “부모님과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이라고 말했다.

생체 폐이식은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후 201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00례 이상 보고됐다. 생체 폐이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일본은 수술 후 1년, 3년, 5년 생존율이 각각 93%, 85%, 75%로 국제심폐이식학회의 폐이식 생존율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교수(왼쪽 두 번째)가 국내 첫 생체 폐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흉부외과 교수는 “기증자 폐엽 절제는 폐암 절제수술의 경험으로 흔히 시행되는 안정성이 보장된 수술”이라며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하는 환자들, 특히 소아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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