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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한국당에 나는 국정원…두 번이나 '닭 쫓던 개' 신세

입력 : 2018-02-28 06:00:00 수정 : 2018-02-28 15: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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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이 방남하기 전날인 지난 24일 통일대교 남단에서 저지하기 위해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왼쪽 사진) 그러나 이튿날 김영철 일행이 탄 차량은 통일교 동쪽에 있는 전진교(오른쪽 지도)로 우회, 서울로 들어가 버렸다.


자유한국당이 국가정보원 등 우리 안보당국과 수싸움에서 패한 것인지, 알고도 당한 것인지 도통 헷갈리는 일이 일어났다.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영철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의 방남과 귀환 과정에서 보기 좋게 '2연패'를 당해서다.

김영철(오른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출경을 위해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
파주=사진공동취재단
▲넘어 올 때는 우회, 밤샘 하며 마냥 기다린 한국당 '닭 쫓던 개' 신세

지난 25일 김 부위원장 일행이 방남한다는 소식에 보수층을 대변한 한국당은 들끓었다.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이 판문점 밖, 우리땅을 밟도록 놔둘 수 없다"며 "온 몸으로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4일 오후부터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소재 통일대교에 진을 치고 김 부위원장 일행의 방남 저지에 나섰다. 

밤샘 농성한 한국당 뿐 아니라 TV 매체들도 24일 밤 또는 25일 새벽 무렵 일찌감치 카메라를 통일대교 남단에 집중 배치하고 김 부위원장을 태운 차량이 나타나길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오전 10시15분 김 부위원장 일행이 인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입경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방한 모자 등으로 채비를 단단히 한 한국당 의원들은 "천안함~ 김영철~"이라고 구호를 부르짖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결전에 대비했다.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거리로 따지면 10여분이면 나타날 김 부위원장 탑승차량 행렬이 1시간여가 지나도록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김 부위원장 일행이 찬 차량이 통일대교 직전 좌회전한 뒤 동쪽으로 7km가량 떨어진 파주시 파평면의 전진교를 통해 숙소인 서울 워커힐 호텔까지 가버렸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이에 한국당은 "우리의 군사도로를 내줬다"며 강력 반발했으나 군 당국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다리 중 하나"라며 가볍게 받아 넘겼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는 “김영철이가 개구멍으로 들어온 것 같다”며 “저희 당원들이나 시민들이 김영철을 그리 편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쳤고, 애국가 제창 후 16시간에 걸친 점거농성을 풀었다.
김영철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의 방남 때 당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경기 파주 소재 통일대교와 전진교 양쪽에 귀환 저지단을 배치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사진) 이번엔 김 부위원장 일행은 한국당 의원이 점거하고 있는 반대편 도로로 역주행, 통일교로 가볍게 넘어가 버렸다. 오른쪽 사진은 김 부위원장 일행을 태운 차량이 통일대교를 지나가는 모습.
▲27일 북으로 갈 때 통일교, 전진교 모두 지켰으나 역주행에 당해

안보당국이 샛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던 한국당은 "두번은 당하지 않는다"며 27일 김 부위원장 일행이 북으로 돌아갈 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한국당이 조직한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는 성명을 통해 "전범인 김영철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이 땅을 밟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치욕스러운 마당에 단 한마디 사죄 없이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원들을 2개조로 나눠 통일대교와 전진교 양쪽에 배치하고, 현수막을 앞세운 채 태극기 등을 흔들면서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북으로 돌아가는 김 부위원장 일행을 태운 차량은 이번에는 우회작전 대신 정면돌파를 택한 듯 통일대교쪽으로 접어 들었다.

저 멀리 차량의 이동 움직임이 포착되자 통일대교 입구에서 농성 중이던 한국당 의원들이 '걸렸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북 고위 대표단을 싣은 차량은 임진각 관광지까지 정주행했지만, 시위대에 길이 막히자 갑자기 임진각 정문에서부터 1㎞ 구간은 반대 차선을 역주행해  빠른 속도로 통일대교까지 간 뒤 다시 정주행 차선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렇게 차량이 통일대교를 넘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만 맞았을 뿐이었다.

▲27일 오후 정보위서 화풀이할 생각이었으나 이마저 무산 돼

한국당은 김 부위원장 일행의 방남문제를 따지기 위해 이날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통일교 방어'에 나섰던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서둘러 서울 여의도로 복귀했으나 정보위 자체가 사실상 열리지 못해 헛걸음을 했다.

위원 절반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치 공세를 하려고 야당이 회의를 일방 소집했다'며 모두 불참한 데다 서훈 국정원장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당 소속 강석호 정보위원장은 다음달 초 전체회의를 열어 다시 현안 보고를 받기로 하고 20여분 만에 폐회를 선언해야 했다.

이래저래 김 부위원장 일행은 한국당 속을 뒤집어 놓고 돌아간 셈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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