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재계, 한목소리 환영 / 현대·개성공단 입주기업들 반색 / 금강산 관광·공단 가동 재개 대비 / 전경련 “긴장 완화로 경제에 활력” / 기업 82.5% “향후 남북관계 희망적” / 51% “장기적 대북투자·진출 의향” 재계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올 ‘경제 훈풍’에 대한 기대감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반도 긴장 완화가 이뤄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 경제협력의 선두에 섰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현대그룹은 하루종일 설렘 속에 회담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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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기업협회 신한용 회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의 불씨가 살아나길 기대하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순간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악수를 한 순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의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는 환호 섞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무실 TV 앞에 모여 앉아 함께 생중계를 지켜본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10여명은 두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에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침내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하고 악수를 하자 입주기업 대표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하며 서로에게 “고생하셨다”, “축하한다” 등의 인사를 건넸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음고생을 해온 입주기업인들은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 재가동이 결정되면 빠르면 2개월 내에라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이후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응답 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97%가 재입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은 이날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했다. 한 임원은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정말 가슴이 벅찼다”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물꼬를 트고 정몽헌 전 회장에 이어 현정은 회장이 꾸준하게 공들여온 남북경제협력사업이 재개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최근 지속되는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대화와 교류의 문이 닫혀있고 어두운 전망이 거론되지만 언젠가는 평화의 길로 접어들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면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인 남북 간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우리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 회장은 이날 TV 생중계를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주요 그룹들도 한목소리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따른 훈풍을 기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남북 경제관계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은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된 전경련 회원사,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 200여 곳으로 그중 57곳이 설문에 응했다. 응답기업의 82.5%는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 ‘매우 희망적’이거나 ‘다소 희망적’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응답기업의 51.0%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북 투자 및 진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경련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환영한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평화, 새로운 시작’을 향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 개최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돼 경제 활력이 제고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를 가로지른 역사적 비극의 상처를 씻고 동북아를 넘어 세계를 아우르는 항구적 평화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교류 재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면서 “중소기업이 개성공단 조기가동에 힘을 보태고 북한 근로자의 중소기업 현장 활용 등 남북경협 활성화에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천종·나기천·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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