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초기의 예상을 뒤엎고 알파고가 최종 전적 4승 1패로 승리해 '현존 최고의 인공지능'으로 등극했다. 한때 인간만의 고유 능력이라고 믿었던 통찰력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선 2020년까지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란 예측이 나왔다.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 중에는 회계사, 프로그래머, 판사,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등 소위 ‘전문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세계은행그룹은 비숙련 노동자가 많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창의성이 필요한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넘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최근 소설 쓰기·작곡 등 창의적인 영역에도 AI가 침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A4 3페이지 분량의 공상 과학소설이 권위 있는 문학상의 1차 심사를 통과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인공지능이 3~4년 내에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능가하는 교향곡을 만들어낼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은 무엇일까. 영국 BBC는 “AI와 로봇이 많은 산업에서 인간을 대체하겠지만, ‘감정’이 중요한 직업에서는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간을 실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에 있어 AI가 인간과 거의 경쟁할 수 없고,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로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개발 중이지만 ‘진정한 공감’(genuine empathy)은 아직 멀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는 서울, 경기, 인천, 영주, 울산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공감 교실을 운영한다. 한 학교당 최대 두 학급, 총 70학급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교육은 2교시 블록수업으로 운영되며, 협회에서 파견된 전문 코치가 진행한다. 프로그램 신청은 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프로그램에는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상상해보기, 공감의 필요성과 방법 배우기, 배려를 위한 나의 약속 만들기 등이 포함된다.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해석해주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게 하여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교육의 특징이다. 또한 배우고 느낀 것을 인포 영상으로 제작하면서 체화하고, 제작한 영상을 패들렛으로 공유하면서 생각을 나눈다. 이렇게 디지털 도구를 활용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뿐 아니라 교육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공동대표는 “산업혁명 이후 일꾼을 키우는데 집중하다 보니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데에만 치중하게 되었지만, 원래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학교는 ‘관계’를 배우는 곳이었다."라며, “이제 미래 인재에 있어 공감능력이 가장 중요한 소양임에도 학교에서 ‘관계’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줄어들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어린이 공감 교실은 노벨리스코리아가 전액 후원한다. 노벨리스코리아 정지향 상무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라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문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했다. 이에 덧붙여 “특히 노벨리스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영주, 울산 지역사회 내 교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기술의 시대에서 지식의 시대로 변해왔다. 미래는 지식보다 지혜가 중요한 시대이다. 그리고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는 공감능력이 필수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이제는 학교 교육도 변화해야 할 때이다. 기술이나 지식만을 가르치는 데에서 벗어나 지혜를 배우도록 하고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어린이 공감 교실은 의미 있는 시작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공감 교육이 교육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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