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향후 본격화할 수 있는 북한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도로 포장률은 10% 미만, 간선도로 대부분이 왕복 2차선 이하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의 철도, 도로, 전력 등 인프라 수요는 총 1400억달러(150조원)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통일금융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달 중순 남북 통일금융 추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중소기업 대부분이 기업은행 고객이라는 점을 내세워 적극적인 남북경협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2004년 개성공단 관리 창설준비위원회에 공단 지점 개설 의향서를 냈지만 탈락했고, 우리은행이 입주은행으로 선정된 바 있다.
북한 개성공단 지점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우리은행도 지점 재개를 염두에 두고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점이 담당했던 급여 지급, 환전 등의 업무 시스템이 개성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빠른 업무 재개가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우리은행은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 여·수신 업무와 외환 업무 등을 지원하는 지점을 내고 개성공단 임직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영업이 중단됐고, 결국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이 내려지며 2016년 문을 닫았다. 영업 당시 개성지점과 거래관계를 맺은 입주기업 수는 123개에 달했다. 우리은행은 북한지역의 주요 개발사업이나 건설사업에 금융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을 비롯한 금융을 지원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농협은행은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면 은행업무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2006년 10월 북한 금강산관광지에 지점을 운영했으나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2009년 7월 영업을 중단했다. 농협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에 금융시스템을 조기 안착시키는 데도 농협과 같은 협동조합 형태가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남북경협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북한 인프라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은 고성그린파워 석탄화력발전사업, 송산봉담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등 각종 인프라 금융사업을 진행해본 경험을 북한 인프라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회사 내 연구조직인 미래전략연구소는 ‘남북 경협 방향성 및 북한 금융경제현황’이라는 주제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도 전략 담당 부서에서 북한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인프라 금융과 프로젝트 금융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달라진 남북기류에 은행권과 통일금융 시스템을 점검하고 관련 금융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남북경협이 재가동될 경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세부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벤트성 금융상품도 판매할 방침이다. 남북협력기금을 운용하는 수출입은행은 북한·동북아연구센터를 복원하고 연구센터의 신규 채용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일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신설한 금융연구원은 이날 “단기적으로 남북 경제협력 과정에서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금융사가 북한 경제의 시장경제 체제 이행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연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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