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그러나 이번에 200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 결정을 내리면서 시행 시점을 약 2개월 뒤인 9월 초로 잡았다. 이는 미·중 양국이 막후 대화나 공식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을 여지를 남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내달 20∼23일 공청회를 열어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 6일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을 결정하면서 미국 국민이 널리 사용하는 중국산 소비제품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주요 소비재를 대거 포함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 6일 확정한 34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대상으로 각종 산업 부품, 기계설비, 차량, 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을 선정했다. 중국도 즉각 미국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을 포함한 340억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로 맞섰다. 미국은 이번에 추가 관세 부과 대상 품목으로 석탄, 철강, 알루미늄, 화학, 첨단기술 제품, TV 부품, 냉장고, 기타 가전, 타이어, 고등어 등 식료품, 가구와 목재상품, 야구 글러브, 카펫, 자전거, 스키, 화장지, 뷰티 상품, 의류, 골프가방, 담배, 개와 고양이 사료, 도난경보기 등을 폭넓게 포함할 계획이다.
촉각 곤두세운 뉴욕 증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주식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주식 중개인이 시세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대화가 교착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중 간 무역전쟁은 북핵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미·중 간 틈새 벌리기에 나서면서 비핵화 일정을 유예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중국 소비자의 미국 제품 불매운동도 미국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반미 감정과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한다면 미국 제품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반미연대 구축에도 매진하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연일 “미 일방주의에 함께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랍국가 협력포럼 겸 제8차 장관급 회의에서 아랍 국가의 산업 발전과 경제 재건을 위해 200억달러(약 22조원)를 지원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일방주의에 불만을 품은 국가들과 연대해 무역전쟁의 우군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워싱턴·베이징=국기연·이우승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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