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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김병준 "박정희식 국가 개입에 동의하는 사람은 같이 갈 수 없다"

입력 : 2018-07-26 19:07:52 수정 : 2018-07-26 21: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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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제일주의로 미래세대 못 이끌어 / 대표실 박정희 사진 내리는 것 검토 / 친박·비박 등 계파 따른 물갈이는 구태 / 당 가치 정립 후 시스템 갖춰 인적청산 / OECD국가 중 韓 시스템 복지 최하위 / 개인에게 돈부터 쥐여주는 복지 안 돼 / 文, 朴정부처럼 권력 동원해 적폐청산 / 스타일에만 집착 말고 현장 중시해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조국근대화’와 ‘안보제일주의’로는 미래세대를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래 보수정당이 유지한 국가 중심 사고방식을 버리고 ‘시장 자유 확대’로 한국당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비대위원장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또 당 대표실에 걸려있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두고 “당 대표실에 저게 있어야 하는지 (주위에) 묻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국회 본청 비대위원장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인적청산, 보수 가치 재정립 등 6·13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처한 당 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지방선거 참패 후 표류하는 한국당 쇄신의 중책을 맡게 됐다. 그는 한국정치의 폐단으로 국가주도주의와 패권주의, 표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꼽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적폐청산 등 박근혜정부를 배척한다는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방식이 전임 정부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김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보수정당 집권을 위해 새로운 가치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한국 사회에서 국가주의는 1000∼2000년 된 정치제도이다. 그렇지만 국가주의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맞지 않는다. 국가가 사회 곳곳에서 필요 이상의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사회를 획일화시키고 있고, 그 과정에서 국가도 멍들어가고 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모순은 국가주도주의, 패권주의, 표퓰리즘인데, 이 틀을 깨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국 근대화나 (극우세력의) 안보제일주의를 갖고 미래세대를 끌고갈 수는 없지 않은가. 1000년 이상 된 국가주의라는 정치제도를 이제 끊을 때가 됐고, 한국당이 이를 위해 앞장 설 계획이다. ”

―당 개혁·혁신의 전제나 핵심은 인적청산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나라는 선거때마다 현역의원 중 25∼30%가량을 물갈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렇게 현역을 청산하는 나라는 없다. 사람을 자르는 기준과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친박(친박근혜)이다, 아니다’ ‘친문(친문재인)이다, 아니다’를 기준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당은 이것이 목표다’는 미래지향적 깃발을 세우고 ‘당신은 여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라야 하지 않겠나. 가치를 기준으로 해서 시스템에 의해 평가해야 한다. 예컨대 박정희 시대처럼 국가기획주의에 입각해 기업을 간섭하는 국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국당에) 따라올 수 없는 것이다. 같이 갈 수도 없다. 다만 내가 말한 가치가 당의 가치가 될지는 모른다. 토론을 해봐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자율’이 신자유주의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틀린 말이다. 신자유주의는 국가 역할을 축소하자는 주장이다. 나는 시장 자율을 중시하지만, 국가의 사회정책적 역할도 대단히 중시한다.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들에게는 패자부활전 기회를 주고 그래도 일어나지 못하면 국가가 안전망과 보호막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기업이 세금이 낮은 국가를 골라 공장을 이전하는 등 국가 위에 올라타는 행위는 안 된다고 본다. 보호무역주의로 가서는 안된다. 법인세 하한선을 정하는 등 국가 간 협약을 맺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평소 표퓰리즘적 복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은 견지했다.

“웬만한 국가는 복지를 확충할 때 실업안전망·평생교육체제 등 시스템부터 강화한다. 그 뒤에 재원에 여유가 있다면 개인에게 돈을 주는 정치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시스템 복지가 최하위에 있는 나라다. 그런데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복지부터 하고 있다. 이건 복지가 아니라 ‘매표’ 행위다. 여야 불문하고 선거 때만 되면 표퓰리즘에 입각한 복지를 해대고 있다.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서 소득세 면제자 비율이 48%인 국가가 어디 있나. 이래선 국가체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비대위원장 취임 전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만나서 보수대통합을 언급했다는데.

“(당시) 학자로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때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보수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한쪽이 매력적이면 자연스럽게 통합이 되지 않겠나. 아무 매력도 못 느끼면서 합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누가 새로운 가치를 정리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비대위 인선을 놓고 말들이 많다. 특히 한국당을 가장 먼저 탈당했다가 복당한 김용태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김 사무총장은 이 당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디로 갈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서로 의기투합하는 부분이 많다. 이 짧은 기간동안 내가 가진 생각을 뿌리내리게 하려면 내 의중을 잘 아는 김 사무총장이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를 국가주의라고 비판했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를 배척한다면서 국정운영 방식은 전임 정부와 비슷하다. 검찰·경찰 권력을 동원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하에 ‘권력의 칼’을 겨누고 있다. (전 정부보다) 더 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가주의 유령’을 없애는 게 적폐청산, 개혁이 되어야 한다. ‘국가권력을 키워 썩은 것을 도려내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더 겁을 먹고 할 말도 못하게 된다.”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입장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해 정책적 조언을 한다면.

“‘스타일’에만 집착하지말고 실제 문제, 현장상황을 살폈으면 한다. 경제문제만 봐도 현장은 지금 엉망이다. 또 ‘정보의 왜곡’을 조심해야 한다.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모든 보고서가 대통령 말에 갇혀 버린다. 에너지 정책을 봐라. 다른 나라는 에너지 수요가 향후 5∼10년 동안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데 우리나라는 수요 예측을 (예전보다) 낮춰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에 집착하니 모든 부처가 이에 맞춰서 보고해 버린 것이다. 이러니 청와대 참모진이 인구가 줄어들고 날씨가 안 좋아 고용이 감소했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것이다. 현장을 중시하고 정보왜곡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에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대담=황용호 선임기자
정리=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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