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이철구 사이버안전국장(치안감)을 단장으로 한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본청 사이버안전국에 설치하고 11월20일까지 100일간 사이버성폭력 사범을 특별 단속한다고 13일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본청 사이버수사과·수사과·성폭력대책과·피해자보호담당관 등 6개 과가 협업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부단장은 ‘여성 대상 범죄 근절 추진단’ 부단장인 김숙진 총경이 맡는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현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사팀은 사이버성폭력 범죄 단속ㆍ대응 강화를 목표로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고난도 사이버성폭력 사건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연합뉴스 |
아울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공조해 불법촬영물에 대한 신속한 삭제·차단을 지원하고, 원본을 압수·폐기해 재유포되지 않도록 방지하며, 지속적으로 유통되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사이트 폐쇄도 추진한다.
특별단속은 사이버 분야에서 총괄하지만, 불법촬영물 유통 카르텔과 관련한 수사가 필요하면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범죄수익 추적수사팀 등 지능수사 전문인력도 투입돼 자금·회계분야 수사를 담당한다.
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 모델 안모(25·왼쪽 두번째)씨가 지난 5월1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여성단체들이 지목한 커뮤니티 사이트 33곳에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오늘의 유머’(오우) 등 남초사이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홍대 남성 모델 나체사진이나 남성화장실 몰카 게시글, 낙태인증(이후 구글에서 해당 이미지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남) 등으로 논란의 중심이 됐던 남성 혐오 성향의 여초사이트인 ‘워마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 촬영물을 유포·방조한 웹하드는 처벌하지 않은 경찰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적용한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
경찰은 ‘수사팀’과 ‘특별수사단’의 차이를 “수사팀은 지방청에는 이미 사이버성폭력을 전담하는 수사팀이 있는데, 본청에는 없어 신설한 것이고, 특별수사단은 우선 100일 간의 특별단속을 위한 TF(태스크포스)”라고 밝혔다.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엄정 대응 목소리가 높아져서 수사팀을 신설했다면 TF에서 계획하고 있는 여러 과의 협업 등을 일찌감치 추가시켰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특별수사단 신설을 두고 지난 10일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린 29개 여성단체 연합의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과 그간 ‘불편한 용기’ 주최로 4차례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등을 의식해 TF를 급조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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