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은 22일까지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북측 가족과 얼굴을 맞대고 이산의 아픔을 달랜다. 24일부터는 북측 이산가족 83명과 남측의 가족이 2박3일간 금강산에서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그러나 이들은 짧은 만남의 시간을 뒤로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을 한다. 가족을 보고 난 후 밀려오는 상실감, 죄책감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짧은 만남의 기회마저 갖지 못한 이산가족이 아직도 5만6000여명이나 된다. 매번 되풀이되는 찔끔 상봉으로 이번 상봉 경쟁률은 569대 1이었다.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1980년대에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13만2000여명 가운데 약 7만6000명이 그리움을 가슴에 묻은 채 눈을 감았다. 생존자 가운데 90세 이상이 21%이고, 80세 이상은 65%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어제 북에 있는 자녀를 만난 이산가족은 7명이고 형제·자매와 재회한 이들이 20여명이다. 나머지는 조카 등 본 적 없는 3촌 이상의 가족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사항”이라고 했다. 분단에 따른 이산의 아픔은 한반도 말고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비극이다. 부부의 인연을 갈라놓고 부모·자식 간 천륜을 끊어놓은 것도 모자라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척에 두고도 생전에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가장 인도주의적인 행사가 돼야 할 이산가족 상봉이 정치적 흥정 대상이 돼선 안 될 것이다. 이산가족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상봉을 정례화하고 규모도 대폭 늘려야 한다. 남북 당국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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