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과정이 더디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줄곧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거나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자 대북 유화 제스처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가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그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긍정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행보는 거꾸로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양측 교역이 재개되는 등 중국이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에 방북을 저울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과의 밀월을 통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중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중국 배후론을 제기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국은 트럼프의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도 중국의 뒷배만 믿고 꼼수를 부려선 안 된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비핵화를 이행해야 대북제재가 풀리고 북한의 살길이 열린다.
우리 정부의 자세 역시 중요하다.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문제 등 남북문제로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북핵 폐기를 위해 한·미공조를 빛 샐 틈 없이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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