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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집값 올라도, 떨어져도 돈 안 쓴다"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8-12-14 06:00:00 수정 : 2018-12-13 15: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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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세가 올라도 소비 증대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령층 주택보유가 확대되며 '부의 효과'(자산효과)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청년층도 큰 집으로 옮겨갈 자금을 모으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국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달 6일 조사통계월보에 게재한 '주택자산 보유의 세대별 격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논고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은 조사국 이승윤 과장과 최영우 조사역 등은 한국 주택가격 상승이 주택보유 가구 소비에 미치는 영향(탄력성)은 0.020으로, 미국(0.050)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꼴찌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집값 상승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소비증가율이 약 0.02%포인트 확대된다는 뜻입니다. 반면 집값이 하락할 때도 소비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의 가구수준 미시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로, 조사대상 기간은 2013∼2016년이었습니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탄력성이 0.021로 중장년층(0.034) 보다 상당히 낮았습니다. 고령층은 노후 대비와 상속이나 증여 의향으로 집값 상승에 따른 잠재적 이득으로 소비를 늘리기 보다는 유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39세 이하 청년층은 -0.002로 유의미한 효과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차입금 상환으로 유동성 제약이 크고, 미래 주택확장 계획으로 저축을 해야 할 이유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자가 거주자만 대상으로 보면 탄력성이 0.040으로 훨씬 높은 수준이며, 연령대별 흐름도 거의 비슷했습니다.

연구진은 고령층 주택자산 보유가 확대되면서 집값이 올라도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2013∼2017년 세대별 주택보유 구조를 보면, 고령층은 361만 가구에서 464만 가구로 늘어나 비중이 4.8%포인트 확대됐습니다.

금액 기준으로도 고령층 비중은 4.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고령층은 거주 주택 외 보유주택 자산 규모와 비중도 크게 높아졌는데, 노후 대비를 위해 임대목적 주택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층 다주택 가구도 48만8000가구에서 77만1000가구로 1.6배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고령층 가구 수 증가속도(1.3배)보다 높습니다. 자산 규모는 271조원에서 463조원으로 1.7배로 증가했습니다.

무주택가구는 집값이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집값 상승률이 1%포인트 확대될 때 소비증가율이 0.24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특히 청년층과 고령층이 각각 -0.448과 -0.495로 하락 폭이 컸습니다.

이들은 소득과 고용여건이 취약해 주거비용 증가에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주택 청년가구 평균 전세 보증금은 2013년 9400만원에서 지난해 1억2600만원으로 3200만원 높아져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연구진은 "집값 상승이 전체 가구의 44.1%에 달하는 무주택가구 소비를 위축시켜 마이너스 자산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무주택가구 분석에는 지역별 주택매매가격지수를 활용해 개별 가구가 인식하는 가격 변동폭과 그에 따른 소비제약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집값 상승, 무주택가구 소비 더 위축시켜

이른바 '미친' 집값에도 소득수준이 정체되며 내집마련은 그야말로 꿈 같은 일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평균 자산 가운데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68.2%(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가격이 들썩이면 계층간 자산 불평등도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국민은행 KB주택가격동향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소득·주택가격 3분위 기준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비율(PIR배수)'은 5.5배로 지난 2분기 5.8배보다 0.3배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통계는 주택시장의 5분위별 전국 평균가격과 가계 전국 평균소득을 비교해 주택가격 수준과 구매력을 비교하기 위한 지표입니다. PIR배수 5.5배의 의미는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5년치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전분기 대비 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입니다.

서울만 놓고 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서울의 3분위 PIR배수는 3분기 기준 13.4배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역대 최고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해당 지표는 2008년 12월 11.9에서 출발해 2009년 3분기 12.1로 정점을 찍고, 이후 횡보하다 2012년부터 서서히 하락해 2014년 1분기중 8.8까지 내렸습니다.

이후에는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상승을 지속해 2016년 2분기 들어 10.0을 다시 넘어섰고,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2분기 11.0 △3분기 11.2 △4분기 11.5 △올해 1분기 12.1 △2분기 12.8 △3분기 13.4로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역대 최고치를 매분기마다 경신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PIR배수가 빠르게 치솟는 이유는 소득상승 속도보다 집값상승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3분기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4.6% 성장했습니다. 반면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 9월 통계기준 5억8739만원으로 전년같은기간 4억8449만원 대비 21.2% 상승했습니다.

계층간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입니다. 지난 3분기 소득 5분위별 소득 동향을 보면 5분위(8.8%), 4분위(5.8%), 3분위(2.1%) 등 중상위 계층의 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상승했지만 2분위(-0.5%), 1분위(-7.0%)는 떨어졌습니다.

서울 집값도 고가주택일수록 더 많이 올랐다. 올해 9월 기준 분위별 전년 대비 서울 집값 상승률은 △5분위 20.9% △4분위 17.2% △3분위 10.0% △1분위 3.8% △2분위 3.3% 순입니다.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 영향으로 추정됩니다.

◆집값상승 속도>소득상승 속도…주택 양극화 문제, 지역·세대 갈등으로 확산

이 같은 양극화 추세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불평등 정도를 '0(완전평등)~1(불평등)' 사이의 숫자로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양극화 지표인 '지니계수'도 악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자산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순자산(자산-부채) 지니계수는 지난해 3월말 기준 0.586로, 같은해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 0.357보다 높아 더 심각한 수준입니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1년 0.619에서 △2012년 0.617 △2013년 0.605 △2014년 0.594 △2015년 0.592 △2016년 0.586로 매년 개선되다 지난해 들어 하락세가 멈췄습니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세 대비 소득 정체 상황을 감안하면 격차가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택 양극화 문제는 계층은 물론 지역, 세대간 문제로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 집값이 치솟고 있는 반면,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경기 침체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빈집과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노년층과 청년층 간의 불평등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7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주택 소유연령을 보면 50대가 350만3000명(25.6%)로 가장 많고, 이어 40대 24.3%, 60대 18.4%, 30대 13.2%, 70대 10.8% 등 순이었습니다.

2030대에게 내 집 마련은 아득한 꿈과 같습니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와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함께 계간지 '동향과 전망'에 최근 발표한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1990~2016’에 따르면, 연령별 지니계수는 20~24세가 0.691로 전체 연령에서 가장 높습니다. 자산 축적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빚만 지는 청년층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세대 내 불평등도 문제입니다. 노년층의 경우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2017년 기준 0.570으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0.371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주택을 소유한 일부계층은 부동산을 구입하고, 다음 세대한테 증여·상속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산을 쌓아 올렸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가진 게 주택 밖에 없거나, 그마저도 없는 빈곤 계층으로 양분됩니다.

청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액 자산가들의 부의 대물림은 갈수록 활발해지는 추세입니다. 한국감정원 '주택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9만217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7만685건 대비 30.4% 증가하며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임대사업자 주택등록 현황'(개인기준)에 따르면, 올 1~7월 기준 미성년자 임대주택사업자는 179명으로 크게 늘어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는 세태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지방 등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인 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현상"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각종 규제가 서울에 있는 상대적으로 좋은 주택에 대한 희소가치를 오히려 올려주면서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규제, 서울 도심 주택 희소가치 높여

한편 한은이 지난달 30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기 전망이 어두운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작년 말보다 41조5000억원 늘었습니다. 올해 10월까지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이 22조3000억원인 점에 견줘 자영업자 대출은 현재 6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는 2014년 말 3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3억5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非)은행 예금 취급기관 대출 증가율이 가파른 상황입니다.

은행권의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12.9% 증가했고, 비은행은 22.2% 늘어났습니다. 대표적인 자영업종인 숙박·음식점업 비은행 대출은 21.2% 증가했습니다.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도 점차 악화하는 추세입니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지난해 말 18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정규직 128%, 임시일용직 124%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가구의 연평균 이자 부담은 402만5000원에서 496만6000원으로 94만1000원 증가합니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연평균 519만5000원에서 641만7000원으로 122만2000원 늘어납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도 금리 인상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은 1514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이 1500조원을 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가계 빚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은행권에서만 대출 총액 695조9000억원 중 483조5000억원(69.5%)이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연구기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대 중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은 각각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내년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우리도 이를 따라 금리를 인상한다면 국내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금리까지 높아져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계형 대출이 너무 막히지 않도록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교통·건설·교육 등에 대한 재정확대와 설비투자 강화를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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