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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채무자 부채 500조 돌파…국가부도의날 오나?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8-12-25 05:00:00 수정 : 2018-12-24 20: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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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경제 위기는 없다고요?"

'국가 부도의 날' 영화가 세밑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21년 전 있었던 외환위기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2018년 끝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 해 12월 국가가 부도에 이르기까지 남은 1주일간의 상황을 그린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묘사하며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양극화, 청년실업난, 저출산 등의 모습은 IMF가 남긴 상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경제는 외부적 요인에 약할 수밖에 없고, 경쟁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물론 IMF 당시와 위기상황은 다르지만 새로운 변수가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위기는 반복된다"는 배우 김혜수의 대사가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 건 왜일까요?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부채가 5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다중채무자는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중채무자 6명 중 1명이 소득기반이 취약한 청년·노년층인 만큼 이들에 대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다중채무자 6명 중 1명, 소득기반 취약한 청년·노년층

금융감독원이 지난 23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나이스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를 보면, 3개 이상 금융사(대부업체 포함)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부채가 올해 9월말 기준 500조29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다중채무자 부채가 올해 들어서만 18조8454억원(작년 말 481조4452억원)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된 3분기에 들어서도 다중채무자 부채는 7조1466억원 늘었습니다.

다중채무자 부채는 일반 대출자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3년 말과 올해 9월 말을 비교해보면 전체 대출보유자의 부채 규모가 1058조3757억원에서 1550조8493억원으로 46.5% 늘어난 데 비해, 다중채무자의 부채는 321조1112억원에서 500조2906억원으로 55.8% 증가했습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다중채무자가 갈수록 더 많은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대출을 줄이지 못하고 이쪽 빚으로 다른 쪽 빚을 메우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습니다.

9월 말 기준 5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103만6000명 수준입니다.

실제 금감원은 다중채무자의 부도 전염 효과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중채무자의 부채가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을 시작으로 부실화한 이후 다른 금융권역으로 도미노처럼 확산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소득기반이 취약한 청년·노년층 등 취약계층입니다.

올해 9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 가운데 29세 이하는 30만868명, 60대 이상은 40만9433명입니다. 이들을 합치면 전체 다중채무자의 16.8%가 청년과 노년층인데, 다중채무자 6명 중 1명 수준입니다.

이들이 빚을 진 곳 가운데 은행을 제외하면 20대는 저축은행(약 13만명)과 대부업(약 12만명)이 가장 많았고, 60대는 카드사(약 26만명)와 상호금융(약 17만명)이 가장 많았습니다. 상호금융을 제외하곤 연 20%대 고금리 신용대출이 주류를 이루는 금융사입니다.

30∼50대는 소득 흐름이 상대적으로 좋아 부채를 극복할 여력이 있지만, 청년·노년층은 다중채무가 부채 돌려막기로 이어져 부도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상환능력이 낮은 7∼10등급 저신용자도 113만8664명에 달했습니다.

한은이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67.6%에 달했습니다.

즉, 대부분의 소득을 부채를 갚는데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담보가 없는 이들 취약계층은 고금리인 신용대출을 받은 비중도 일반차주의 2배에 육박합니다.

최 의원은 "시중금리가 오르면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소득기반이 취약한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빚…부채 증가 속도 > 소득 증가 속도

국민들의 부채가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는 현상이 3년 연속 나타났습니다.

채무자들은 자산가격 급등에 기대고 있습니다. 자산의 70∼80%는 부동산입니다. 자산가격 상승이 추가 레버리지(차입)를 부추겨 부채가 늘어나는 형국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매년 2만 가구를 표본으로 이뤄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부채증가율은 3년 연속 소득증가율을 웃돌았습니다.

2015년 조사에서 부채가 1년 전보다 2.2%, 소득이 2.3% 늘었던 게 2016년 조사에선 부채가 6.4%, 소득은 2.4%로 역전했습니다.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현상은 지난해(부채 4.5%·소득 2.6%)과 올해(부채 6.1%·소득 4.1%)도 계속됐습니다.

3년 동안 가구당 평균 부채는 6181만원에서 7531만원으로 1350만원(21.8%) 증가한 동안 소득은 4767만원에서 5705만원으로 938만원(19.7%) 늘었습니다.

소득만으로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이 늘고 있습니다. 이를 당장 체감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자산증가율입니다. 자산가치가 상승으로 부채 부담이 희석되는 것입니다.

자산증가율은 2015년 2.1%에서 2016년(4.3%)과 지난해(4.2%) 두 배로 높아졌고, 올해는 7.5%로 급등했습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가구당 자산은 4억1573만원입니다. 이 가운데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3억161만원(74.7%), 나머지 1억512만원이 금융자산입니다.

자산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원리금 부담을 감수하면서라도 부채를 유지하지만, 반대 상황이면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부채증가율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올해 조사에서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는 67.3%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10곳 중 1곳(9.8%)은 "원금상환이나 이자지급 기일을 경과한 적이 있다"고 연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결국 자산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부담이 급증할 경우 연체율도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현 상황은 2가지 가능성이 모두 제기된 상태입니다. 집값은 주춤하고 있으며, 대출금리는 오르는 추세입니다.

자산가격이나 부채 원리금이 아니라 소득 측면에서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황에 따른 대규모 실직이나 자영업자들의 폐업 등입니다.

지난달 실업률은 3.2%를 기록했습니다. 11월 기준 실업률은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09년 3.3%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도 실업·폐업 등으로 '연체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적 지원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변동형에서 고정형으로 갈아타야 하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하향 조정 여파로 국내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변동형 금리 간 역전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8%포인트 높은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연체 위험도는 높아도 금리만큼은 낮았던 변동형 대출상품 이점이 사라지면서 이번 기회에 변동형에서 고정형 대출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습니다. 고정금리가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는 대신 적용 금리가 높은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리스크가 높은 주택담보대출 상품 시장에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간 글로벌 금리 인상을 이끌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속도 조절에 나선 탓으로 풀이됩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내년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고, 이는 미국 경기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신호로 해석됐습니다.

연준의 발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9개월 만에 최저로 하락했고, 이전부터 주춤대던 시중금리도 급락하는 모습입니다.

금리 역전현상은 앞으로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지난달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이 이달 초 수신상품 금리를 일제히 0.3%포인트가량 인상했지만, 아직 코픽스와 변동금리에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미국이 속도 조절을 시사하긴 했지만, 내년도에도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공산이 큽니다.

변동금리는 내년에도 추가적으로 오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라면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정형 대출로 대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대환은 기존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서류상으로만 신규대출을 하여 이를 기존채무와 상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도상환수수료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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