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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 해군력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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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01 09:52:19 수정 : 2019-02-01 09: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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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지난달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비행 이후 양국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 각국의 군사력 수준을 분석하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지난해 ‘2018년 잠재적인 전쟁 수행능력’에서 한국을 136개 평가 대상국 가운데 7위, 일본은 8위로 평가한 것을 근거로 한국의 군사력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섬나라인 일본의 특성을 감안하면, 한일 양국의 해군력에 대한 비교가 우선이다. 해군력을 놓고 봤을 때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면 한국은 일본을 상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경제력 차이가 큰 상황에서 일본과 해군력 증강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주창하는 ‘게임 체인저’를 우리 해군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지스구축함 서애 류성룡함이 2014년 5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림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진주만에 입항해있다. 미 해군 제공
◆2030년대까지는 日 견제 어려워

현재 한국 해군은 병력 4만1000명에 작전사령부와 1,2,3함대 및 기동전단, 항공전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함대사령부가 연안방어와 북한 도발 대응을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해상에서 일본과 중국 해군을 견제할 수 있는 전력은 기동전단과 항공전단 정도다.

해군은 1980년대까지 북한 간첩선과 고속정 침투 방어를 위한 연안함대에 머물렀다. 1990년대 중반에야 광개토대왕급(3000t급) 구축함 3척을 건조했다. 2000년대 이후 충무공이순신급(4000t급) 구축함 6척과 세종대왕급(7600t급) 이지스구축함 3척을 확보, 7기동전단을 창설했다. 일본을 압도하지는 못해도 ‘건드리면 치명적 타격을 가한다’는 고슴도치식 전략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다.

광개토대왕급은 각 함대사령부의 기함으로 쓰이고 있어 실질적으로 공해상에서 작전이 가능한 구축함은 9척이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은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에 1~2척이 파견된다. 아덴만에서 복귀한 함정은 수개월 동안 정비를 받아야 한다. 해사 순항훈련에도 1척이 투입된다. 훈련함 한산도함이 진수됐지만, 당분간은 충무공이순신급이 순항훈련에 참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지스구축함도 정비와 훈련을 감안하면 3척 모두 작전에 동시 투입할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왕건함이 2014년 5월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입항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일본과의 해상 대치 국면에 발생했을 때,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이 크게 부족한 이유다. 2020년대 중반 차기 이지스구축함 3척과 2020년대 말부터 2030년대 초에 걸쳐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6척이 배치되면 18척의 구축함으로 구성된 전략기동함대를 만들 수 있지만, 기동함대 완성 시점까지는 최소 10여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전까지는 각 함대사령부 중심의 수세적인 방어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으며, 국제 해상테러 및 해적퇴치 활동 참여에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헬기모함 4척과 이지스구축함 6척, 구축함 30여척 등으로 4개 호위대군을 구성하고 있다. 이즈모급 헬기모함 2척은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탑재가 가능하도록 개조될 예정이다. 2020년대에는 해상패권 장악이 가능한 수준의 해군 전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해상자위대도 훈련과 정비 문제로 모든 함정을 동시에 투입하기는 어렵지만, 수적으로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만큼 유사시 동원 가능한 함정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모함 이세함이 태평양에서 미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발상의 전환 통한 ‘게임 체인저’ 확보 절실

해군은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일본과의 군사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일본 해상자위대를 압도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해군의 노력이 단기간 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이지스구축함 1척을 건조하려면 1조원이 소요된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무장 등 핵심 장비를 국산화할 예정인 KDDX 6척 확보에 투입되는 비용은 7조원에 달한다. 전자장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무기체계 도입 및 운영유지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최신 무기개발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구축함을 찍어내고 있는 중국과 첨단 자국 기술을 적용해 이지스구축함에 준하는 수준의 함정을 이미 만든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10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시가라함이 훈련을 위해 항구를 벗어나고 있다. 일본 방위성 제공
병력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군함의 크기가 커지면 탑승해야 할 장병들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 자동화 기술을 대폭 적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계로는 대체하기 힘든 분야도 적지 않다. 문제는 해군 정원이 2007년 이후 4만1000명으로 동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군은 미래(2019~2030년) 병력 소요를 판단한 결과, 함정에 1300여명, 해상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 등 항공기에 700여명, 부대 개편에 1000여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07~2018년에는 행정부대 규모 축소 등을 통해 3700여명의 병력 소요를 자체 충당했지만, 더 이상의 자구책 마련은 제약이 따른다는 게 해군의 입장이다. 함정이 첨단화되면서 이를 운용할 전문 간부 확충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하지만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군 병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해군 정원 증원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함정 건조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본의 해상위협을 견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격차가 뚜렷한 만큼 게임 체인저(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요소) 수준의 비대칭 전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임 체인저로는 대함(對艦) 탄도미사일이 있다. 중국은 ‘항모 킬러’라 부르는 DF-21D 대함 탄도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1500㎞ 이상의 사거리와 마하 10에 달하는 속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현무 탄도미사일을 개발 및 운용중이며, 유도기술도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항미사일에 비해 명중률이 떨어질 수 있으나 적 항모가 대함탄도미사일 사정권 내에서 쉽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이지스구축함과 SM-3 요격미사일을 운용중이지만 2발 이상의 대함탄도미사일이 날아올 경우 이를 100% 저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자위대가 아직 적 내륙 지역을 정밀타격할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만큼 대함탄도미사일은 일본에 상당한 부담이라는 평가다.

극초음속 미사일도 억제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지스구축함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의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요격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음속의 8배인 마하 8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저지하기는 쉽지 않다. 요격에 성공하려면 최소 1~2회 정도의 요격 기회를 얻어야 하는데, 극초음속 미사일은 그러한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마하 8의 속도를 자랑하는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도 2014년부터 탄도미사일에 탑재돼 발사되는 극초음속 활공체 개발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장병들이 잠수함에 어뢰를 적재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함정의 항적을 추적하는 웨이크 호밍 어뢰는 예전부터 해군의 비대칭 전력으로 거론되어 왔다. 항모 수준의 대형함정은 24시간이 지나도 바다에 항적이 남는다. 이같은 특성을 이용해 수십㎞ 밖에서 어뢰를 발사, 항적을 추적해 격침시키는 것이 웨이크 호밍 어뢰다. 음향을 추적하는 기존 어뢰는 적 함정의 기만 시스템을 뚫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웨이크 호밍 어뢰는 적 기만시스템에 속지 않은 채 항적을 추적하므로 명중률도 높다. 한국 해군의 전력지수를 높여줄 비대칭 무기가 될 수 있다. 냉전 시절 러시아는 미 항모 격침용으로 다양한 종류의 웨이크 호밍 어뢰를 개발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도 유사한 무기를 만든 전례가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해군참모총장 격인 무라카와 유타카(村川豊) 해상자위대 막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게임 체인저로 여길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중국 해군에 우세한 전력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함정 및 항공기의 양과 질에서 앞서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게임 체인저를 확보할 경우 한국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를 견제할 방법조차 찾기 힘들다. 동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 일대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본으로부터 한반도 주변 해역을 지키려면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남북간 충돌 가능성이 낮아진 지금, 주변국 위협 대응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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