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 한 병의 가격이 1만원으로 책정됐던 것.
마치 외국에서 나 볼 법한 소주 가격에 이씨는 당혹감을 느꼈다. 더군다나 평소 가던 식당인데다 종종 소주를 주문했던터라 그동안 소주 가격을 모르고 마셨다는 사실에 이씨는 황당함도 느꼈다.
3일 여의도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근 일식이나 한정식을 판매하는 식당의 소주 가격은 병당 7000∼1만원 선이다. 소주 1병에 1만원인 경우는 국내가 아닌 유럽 등 외국에서 수입된 소주를 사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1만원 소주’를 두고 여의도 직장인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책정된 금액’이라는 입장과 ‘소주 1병에 그 가격은 과하다’는 입장이 엇갈렸다.

소주 뿐만 아니다. 취재진이 조사한 결과 프랜차이즈가 아닌 여의도 식당의 점심특선 가격은 1만∼1만8000원으로 서울 다른 지역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식당 점심특선 가격보다 3000∼1만원 정도 높았다.
음식 뿐만 아니다. 여의도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00∼1800원으로 평균 리터당 휘발유 가격인 1344원보다 30% 가까이 높았다.
이처럼 높은 여의도의 물가 현상은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특성상 ‘고연봉’과 잦은 법인카드 사용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직장인 연봉은 시중은행 기준 평균 9100만원 전후다. 근무기간이 오래되면 연봉 1억원이 넘는 것도 흔한 일이다.
또한 외부인과 미팅이 많은 금융기관 특성상 법인카드를 자주 사용하면서 높은 물가에 둔감한 것도 요인이다.
한 증권투자회사 관계자는 “평소 미팅을 하면서 법인카드를 사용해 식사를 하거나 주유를 하다보니 여의도 물가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며 “내 돈을 주고 1만원 가까이 하는 소주를 마시거나 리터당 1800원 하는 휘발유를 넣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또다른 관계자는 “소주가 1만원이라니 많이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고소득의 여의도 직장인이야 법인카드 사용 등으로 크게 어려움이 없다고 하지만 외부에서 여의도를 방문해 식사를 한다면 몹시 당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시장 자본주의의 1번지인 여의도 증권가인 만큼 높은 물가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이라며 긍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저녁이나 주말 등 근무 외 시간에 식당을 손님이 없고 전반적으로 한산하다”며 “근무시간에 소비가 집중된 만큼 해당 시간에 물가가 높은 것은 다르게 보면 자영업자들의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기관 직원은 “여의도 물가가 높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낮추는 등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지역 물가라는 것은 지역 생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인 만큼 적절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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