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은 청년들이 결혼에 대해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 육아부담, 경력단절 등의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지켜보며 굳이 결혼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상황을 개선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결혼 감소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발간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44세 미혼을 대상으로 결혼 의향을 질문한 결과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은 남성 58.8%, 여성은 45.3%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있었지만 현재는 없다’는 응답도 남성 11.3%, 여성 15.4%였다. 과거에도, 현재도 결혼 생각이 없는 ‘비혼족’은 남녀 각각 6.7%, 10.2%였다.
미혼 남녀는 결혼을 꼭 필요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성 14.1%, 여성 6%에 불과했다. ‘하는 편이 좋다’는 질문의 응답률도 각각 36.4%, 22.8%에 그쳤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트모니터가 만 19~49세 미혼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 필요성 설문조사에서도 결혼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났다. 75.2%가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을 꼭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했고, 84.4%는 ‘앞으로 결혼제도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혼들이 결혼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으로는 ‘자유로운 생활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50.6%,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감 49.8%,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감 46.2%,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한 부담스러움 46%,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감 39.4% 순이었다. 특히 남성은 경제적 부담감(59%), 여성은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한 부담감(62.9%)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출산율 저하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역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보사연 조사에서 미혼 남녀의 절반 정도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답했는데, 이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결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림 보사연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애 과정 이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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