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 퇴임을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이나 다름없는 수사 지시를 계기로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리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과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재수사 ‘폭탄’을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이던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활동 시한이 두 달 연장됐지만 수사로 전환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새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이번에도 정치적 선택 강요받나
두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여전히 크지만 문제는 공소시효가 대부분 지났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두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장씨 사건의 경우 강요·성매매·성매매 알선·강제추행 등 모든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났다. 김 전 차관의 경우 불법촬영·성매매·뇌물수수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났고 유일하게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혐의는 특수강간(15년)이다.

문제는 특수강간의 혐의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 여성이라 주장하는 증인의 진술이 바뀐 적이 있는 데다 문제의 동영상 촬영 시점도 ‘공란’으로 비어있는 상태다.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해당 동영상과 수사기록을 보면 강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웠고 그렇기 때문에 검찰 시민위원회도 만장일치로 불기소가 적절하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 진상조사단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조직의 명운을 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데다 수사기관이 고의로 부실 수사를 한 것으로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전직 검찰 고위간부는 “검찰은 위에서 까라면 깔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쪽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윗선’의 수사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법원이 이미 재정신청 기각한 사안 재수사 어려워”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에도 과거 수사 결과를 뒤집을 핵심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수사 및 기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전 차관 사건은 검찰이 2013년 11월 1차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가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2차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2015년 1월 재차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씨는 “검찰 처분이 부당하다”며 재정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검찰 판단이 적법하다고 보고 기각했다. 사법 시스템에서 수사기관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가 이미 종결됐다는 의미다.
결국 조사단이 과거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고 김 전 차관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기소는커녕 재수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형사소송법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설령 검찰이 재수사 지시를 받고 김 전 차관을 기소해도 법원에서 공소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김민서·배민영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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