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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 불똥 맞은 나경원···“심각성 몰랐다” 해명도 논란

입력 : 2019-04-05 14:05:07 수정 : 2019-04-05 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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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운영위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석 방해 논란 / 나경원 "회의 집중하느라 산불 알지 못했다" 해명 / "회의에 산불문제가 전혀 언급된 적이 없다"/ "협조 안해준다는 말 시간이 다 지난 다음 나와"/ "회의록 보면 쉽게 알 수 있을것"/일각서 "해명이 화 키우고 있다" 지적도 / "질문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 與, 한국당 맹비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발생시킨 ‘강원 산불’의 불똥이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튀었다.

 

강풍을 탄 산불이 맹렬한 기세로 강원 고성과 속초지역을 휩쓸 무렵 나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산불 대응에 나서도록 서둘러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막았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정 실장은 국가 위기대응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이 청와대 때리기에 골몰 하느라 재난 수준으로 번진 산불 대응을  방해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나 원내대표는 ‘위기 대응 방해 논란’이 일자 “회의에 집중하느라 산불을 알지 못했다”며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반발 여론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해명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5일 속초의 한 야산에서 불길이 수풀을 태우고 있다. 속초=김경호 기자

◆민주당 홍영표 운영위원장의 “정 실장 조기 이석 요청”에 한국당 거절

 

지난 4일 밤늦게까지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저는 오후부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안보실장을 좀 일찍 나가게 하고 싶었는데 (야당이) 합의를 안 해줬다”면서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들을 대피까지 시키고 있다”며 정 실장을 떠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홍 위원장은 “(정 실장은) 위기대응의 총책임자다. 그래서 양해를 구했는데도 (이석은) 안 된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지금 대형 산불이 생겨서 민간인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대응을 해야 하는 책임자를 국회가 이석을 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거듭 정 실장의 이석을 한국당에 요청했다. 

 

그러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나 원내대표는 “(홍) 위원장께 심한 유감을 표한다. 위원장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운영위원장으로서다.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라며 “운영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진행해 달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도 안보실장을 빨리 보내드리고 싶다. 그러면 (질의) 순서를 조정했으면 된다”며 “여당 의원들 말고 먼저 야당 의원들이 질의하게 했으면 (정 실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고 홍 위원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 실장, 김수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앞서 정 실장은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이유로 일찍 이석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어 오후 7시쯤 발생한 강원 산불이 거세게 번져가는 와중에도 오후 10시30분이 넘어서야 이석할 수 있었다.

 

이날 운영위에서 홍 위원장은 송석준 한국당 의원이 질의시간 5분을 넘기며 정 실장에게 계속 질문하자 “지금 화재 3단계까지 발령이 됐고 전국적으로 번질 수도 있는 화재라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질의하고 그렇게 하시겠냐”며 “이런 위기상황에는 그 책임자가 이석토록 해야 하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질문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민주당, 한국당에 맹비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야당 너무한다. 산불이 속초로 번져 주유소 폭발, 30명 고립, 기숙사가 위험한 상황인데 국회 운영위는 재난대비 책임자인 정 실장을 붙들고 질문에 질문을 하다 밤 10시50분에야 돌려보냈다”며 “질문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고 꼬집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트위터에서 “산불의 재난사태에도 안보실장을 잡고 안 보내준 것은 ‘국회’가 아니라 ‘자한당’(자유한국당)”이라고 지적했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을 위해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홍 위원장이) 당시 화재 심각성 알리지 않아 상황 파악 어려워”

 

나 원내대표는 전날 행동을 두고 논란이 일자 5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유감스러운 것이 당시 심각성을 보고하고 이석이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이 없어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제 산불이 났는데 국회 운영위를 했다. 오후 7시45분 정도 정회하게 됐는데 회의에 집중하느라고 산불을 알지 못했다. (홍 위원장이) 전혀 산불로 인한 것을 이야기 하지 않고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정회하면 바로 이석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오후 9시20분에 다시 회의를 개회했고 시간이 좀 지나자 저희에게 산불의 심각성이나 그 심각성으로 인해 안보실장이 이석하겠다고 요구한 바는 전혀 없었다”며 “9시30분쯤 홍 원내대표가 갑자기 불이 났는데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심각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서너 분이 질의하면 끝나서 길어야 30분이라고 생각해서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도 “(전날 오후) 9시 20분 개회 전까지 회의에 산불문제가 전혀 언급된 적이 없다”면서 “그 이후에도 정의용 실장이 ‘산불이 났는데 자기대신에 1차장을 보내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고만 했다. 이석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불이 났는데 협조를 안해준다는 말은 (운영위) 시간이 다 지난 다음 나왔다. 회의록을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운영위 질의) 마지막이 외교안보문제라 외교안보쪽 전문가인 정양석 수석과 내가 꼭 발언을 해야했다”고 덧붙였다.

 

◆“심각성 몰랐다”는 해명이 화 더 키워

 

하지만 한국당이 정 실장을 밤늦게까지 붙들고 놔주지 않은 것에 비판적인 시민들은 나 원내대표의 해명에 더 발끈한 모습이다. “방송과 인터넷,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산불 소식이 전해져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산불의 심각성을 한국당 의원들만 몰랐다는 얘기냐”, “한국당 의원들은 몰랐다고 치자. 보좌진들은 뭐했냐”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홍 위원장이 산불의 심각성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나 원내대표의 해명에 전날 운영위 회의 장면을 방송으로 지켜본 사람들은 “홍 위원장이 몇 번이나 고성 산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얘기했는데도 나 원내대표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식으로 꼬집었다. 

 

안승진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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