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경제 지표는 우울한 수치들뿐이다. 일자리 감소, 수출 저조, 생산성 하락…. 글로벌 경기침체라고는 한다. 문제는 우리 경기 둔화세가 세계 경제 흐름보다 더욱 나쁘다는 점이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통해 세계 경제 ‘하방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우리 경기침체가 더욱 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로 발표해 지난해 10월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3%로 지난해 10월보다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 체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6조∼7조원 규모의 추경 효과를 반영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우리 정부의 추경 편성 분위기를 (성장률 전망에)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정부가 전망한 2.6∼2.7% 성장률을 유지하는 흐름이지만 세계 경제성장률을 포함해 신흥 개도국 성장률 전망치(4.4%)에는 못미치는 수치다.
최근 생산과 투자, 소비, 수출 등 주요 경제 지표는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1% 후반대에서 2% 초반대에 머물 공산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조, 하반기 상승) 흐름으로 예상되는 만큼 1분기 성장률은 2%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이 올 상반기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우리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3% 감소한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우리 경기를 견인해 온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기 지표 하락은 더욱 심화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반도체 착시’ 현상이 사라지는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반도체 수출 감소의 경우 세계 경제 흐름에서의 전반적인 수출 감소 폭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큰 데다가 노동비용 충격까지 더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와 비슷한 경제 수준의 상위권 신흥국과 비교해도 경기 하락 추세가 빠른 상황”이라며 “재정정책이 그나마 하락 추세를 완화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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