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 내외로 추정됐다. 올해 물가상승률도 0%대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겹치는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씻어내기에 소비가 너무 부진하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1∼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0.6%를 나타내며 지난해 하반기 1.7%에 비해 큰 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에 따라 1∼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목표(2.0%)를 크게 하회했다”면서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6% 내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 둔화 원인으로 수요, 공급은 물론 정부정책 측면에서 물가하방 압력이 모두 늘어난 점을 지목했다. 국제유가가 1∼5월 중 전년 동기 대비 1.4% 떨어진 게 공급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을 낮췄다. 수요 측면에서는 올해 들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소비 증가세 역시 둔화한 게 물가상승 압력을 낮췄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된 게 물가 오름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단기적인 요인 외에도 구조적 변화가 물가 상승률을 기조적으로 낮추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이주열(사진) 한은 총재는 이날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미약한 가운데 공급 측면과 정부 정책 측면에서 모두 당분간 하방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한 것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낮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수준에 수렴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는 향후 예상 밖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전반적인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경기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국제통화기금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가 2015년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0.2를 밑돌고 있어 디플레이션 위험도가 ‘매우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이 지수는 지난해 0.14에 이어 올해 1분기 0.18을 나타냈다.
한편 소비자심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두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내린 97.5를 나타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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