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위축이라는 악재에도 일본 다이킨공업이 중국 불소수지 공장 증설 투자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다이킨공업은 400억∼500억엔(약 4362억∼5453억원)을 투입해 반도체·전지재료용 불소수지를 생산하는 중국 제2공장을 지어 2022년 가동할 계획이다. 다이킨공업은 에어컨 등 공조기 업계뿐만 아니라 불소화학 업계에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기업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난 1일 에칭가스에 사용하는 불화수소를 다루는 다이킨 화학사업부도 정보를 얻기 위해 분주했다. 다이킨 제품은 규제 대상외로 판명됐다. 군사전용이 가능한 고순도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출 약 2000억엔인 화학사업 가운데 한국 점유 비율은 수%로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다이킨이 에칭가스 이외에도 반도체 제조장치의 부재(部材)에 쓰는 불소수지를 다루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대기업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제조장치의 수요도 감소하고, 다이킨의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회사 화학사업부 부장은 “반도체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고, 이번 건으로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그런데도 다이킨의 투자계획은 흔들림이 없다. 이 회사는 2023년 3월까지 750억엔을 불소수지 증산이나 연구개발거점의 신설에 충당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400억∼500억엔은 중국 제2공장에 쓴다. 중국 장쑤성에 있는 기존 공장 근처에 토지를 취득할 예정이다. 애초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를 해왔으나 1년 앞당겨 2022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반도체 제조장치의 부재에 쓰이는 불소수지의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 경제가 위축되고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정점에 도달해 당장 반도체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동운전차나 5세대 이동통신(5G), 데이터센터의 확대로 시장은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이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대형 투자를 결정한 이유다.
반도체 제조장치용 불소수지의 제조사는, 미 듀폰으로부터 분리된 케마즈와 다이킨 정도에 불과하다. 시장규모는 작지만, 이익률이 높은 틈새시장이다. 불소는 다른 물질과 달라붙기 쉬운 성질이 있어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를 높이는 데는 특수한 제조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투자의 또 다른 노림수는 EV 등 전동차다. 중국 제2공장에서는 차재용 리튬이온전지 재료의 현지생산도 시작한다. 현재는 일본과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이킨 독자 첨가제를 정극재에 섞으면 내구성이 향상되고 전지용량을 20% 늘리기 때문에 EV의 항속거리를 늘리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킨의 타킷은 세계 최대 배터리 메이커, 중국 CATL이다. 전지케이스의 패킹에는 이미 거래를 시작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부가가치가 큰 첨가제의 납품도 노린다. 리더 기업과의 거래 실적을 무기로 고객을 개척하려는 전략이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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