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가 논란이 된 가운데, 연구원 측이 하루 만에 유감을 표명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 입장에서는 당연한 분석 결과지만, 이 내용이 외부로 유출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은 128명의 소속 의원들에게 해당 보고서를 메일로 발송한 지 하루 만인 31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연구원은 “충분한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라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결 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이나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조사 및 분석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보고서에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 결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여야 대응방식의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78.6%로 절대 다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일본의 무리한 수출 규제로 야기된 한일 갈등에 대한 각 당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라며 “원칙적, 단호한 대응을 선호하는 응답이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높게 나타났다. 원칙적 대응이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일본 정부의)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우리 경제 근간인 반도체 산업이 오늘 내일을 장담 못 하는 지경이다. 8월 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여부가 달려있는 엄중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정작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총선에 유불리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해당 보고서는 문재인 정권의 실체이자 영혼이다. 나라가 기울어도, 경제가 파탄 나도 그저 표만 챙기면 그뿐인 저열한 권력 지향 몰염치 정권의 추악한 민낯”이라며 “(사태를)수습할 생각 대신 국민 정서에 불을 지피고 그 정서를 총선카드로 활용할 생각만 하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논평에서 “나라가 망하든 말든, 국민이 살든 죽든, 총선만 이기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다”라며 “집권욕에 눈 먼 민주당”이라고 비난했다.
또 김 대변인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민주연구원의 입장 역시 무책임함의 연속”이라며 “국민의 삶을 두고 도박하지 마라. 민주당의 총선 성찬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김재두 대변인은 “집권여당이 국가적 위기상황인 일본의 무역보복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민주연구원은 당의 공식 요청을 받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인지,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인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라며 양정철 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도 “국민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이 때 민주연구원 보고서가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마포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사진) 전 의원은 31일 오후 방송된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어떤 분석이든 싱크탱크라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다만 그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민주연구원은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한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연구원이 이것을 선거에 이용했다면서 야당과 언론에서 비난일색”이라는 진행자의 지적에 “지금 민주당만 총선을 의식하고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총선을 두고 한일 무역갈등에 따라서 좌우될 것이란 전망에 ‘한일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라며 “총선에 대해 당 입장에서는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분석을 내부적으로 한 것과 외부에 경위가 어떻게 됐든 노출이 됐다는 것은 보안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 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라며 “그런 분석은 어디에서도 할 수 있다. 북한도 남한 정세에 대해 분석은 할 수 있다. 양 원장한테 초점이 간 것은 일하는 소가 매를 맞는 격”이라고 했다.
또한 ‘말 많은 사람은 빼겠다’고 한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두고 해당 인물이 양 원장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과도한 해석이다. 보안을 잘 지키겠단 뜻이지 특정인물을 지칭한 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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