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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 브레이커’ 학종… 입시코디들만 배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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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31 20:00:00 수정 : 2019-09-02 1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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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입시’의 대안, 학종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③

편집자주

돈과 권력, 인맥과 정보가 있는 자들에게 유리한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 도대체 평가근거를 알 수 없다는 ‘깜깜이 전형’ 논란, 불투명한 입시로 ‘쓰앵님’(고액 입시 컨설턴트를 빗댄 유행어)으로 상징되는 사교육만 키웠다는 비판. ‘획일적 입시’의 대안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시리즈로 살펴본다.

 

대학 입시가 수시 모집 중심으로 바뀐 이후에도 사교육 시장은 커지고 있다.

 

입학사정관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도입되면서 ‘입시 코디’(입시 컨설턴트)처럼 새로운 스타일의 사교육 모델이 생기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학종을 대세 전형으로 밀고 있어 입시 코디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진다.

 

입시 코디 시장은 얼마나 활황일까?

 

우선 학종과 연관이 있는 진로‧진학 컨설팅 시장 추이를 살펴보자.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전체적인 흐름이 나온다.

2018년 초·중·고교생들이 사교육 기관에서 받은 이른바 진로·진학 컨설팅 비용 총액은 616억원으로 파악됐다. 고등학생 100명 중 4명이 이런 컨설팅을 받았다.

 

학교급별로 보면 진로·진학 학습상담 연간 총액은 고등학생이 324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초등학생 166억원, 중학생 127억원 순이다. 진로·진학 학습상담 참여율 평균은 3.6%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이 4.7%, 중학생이 3.7%, 초등학생 2.9% 순이었다.

 

진로·진학 학습상담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1인당 연간 평균 상담 횟수는 2.6회로 나타났다. 상담 1회당 연간 평균 비용은 11만8000원이다. 학교급별로 보면 고등학생 1인당 연간 평균 상담 횟수와 1회당 평균 비용이 가장 많았다. 고등학생은 연간 2.9회 참여하고 평균 15만2000원을 썼다. 중학생은 연간 2.3회, 1회당 평균 10만9000원이다. 초등학생은 연간 2.5회, 회당 평균 8만5000원이다.

 

드라마 ‘SKY캐슬’에 등장하는 고액 컨설턴트 ‘쓰앵님’(드라마 속 주인공이 ‘선생님’을 ‘쓰앵님’으로 발음하면서 된 유행어)을 떠올려보면 기대 이하 시장이다.

JTBC 제공

입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통계에서 잡히는 사교육 비용은 대체로 법정 컨설팅비 정도(1분당 5000원)여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본다.

 

스타급 입시 코디가 은밀하게 받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임성호 하늘교육종로학원 대표는 “당장 ‘인서울’을 노리는 수험생을 위한 30만원대 입시컨설팅 뿐 아니라 ‘언더’에서 머물던 고액 입시컨설팅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면서 “이대로 가면 거액을 받는 ‘입시 코디’가 국·영·수 강사를 팀으로 거느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컨설팅 시장은 ‘국영수’ 중심의 학습 과외 시장이 주류인 사교육 업계에서 이전에는 존재감 자체가 미미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입학사정관제도가 들어와 학종으로 변화를 거치면서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한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학종 컨설팅을 하는 학원은 물론 학종 관련 컨설턴트의 가이드북과 강연, 대학‧교육청‧지방자치단체 등의 입시설명회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단 입시컨설팅 학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입시컨설팅 학원은 2014년 말 51개에서 2018년 8월까지 248개로 5년만에 4.9배 늘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입시 컨설턴트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보자. 요즘 입시 코디 시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도메인 주소까지 올려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업체들의 주된 타깃은 수시 학종 컨설팅이다. 이들은 ‘학교생활기록부-내신-수행평가-탐구대회-자율동아리-경시대회’를 1대1 맞춤형으로 지도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입시 코디의 이력은 화려하다. 과학고-명문 의대의 최강 스펙을 기본으로 하고, 수학올림피아드(KMO)와 물리올림피아드 수상 기록에 우수 소논문(R&E) 작성 경험까지 보유한 이들이 즐비했다. 최근엔 입시 컨설턴트를 양성하는 도제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업체까지 생겼을 정도다. 10명∼5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소규모 입시컨설팅도 기승이다.

 

입시 코디는 주로 서울 강남과 같은 교육특구에 밀집해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원·교습소 현황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개설된 진학상담지도 강좌의 75%가 사교육 메카로 불리는 강남·서초 지역에 밀집돼 있다.

 

교육 관련 출판 시장에서도 학종은 인기 소재다. 인터넷 교보서점에서 ‘학종’을 검색어로 나오는 가이드북만 140여종에 달한다. 이 책들의 공통 키워드는 학종 비법‧노하우다. 고교 입시에서도 이미 학종 대비책은 필수 코스다.

 

입시 코디의 등장은 대입에서 수시 전형이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대입은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보다는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이 늘어가는 추세다. 문재인정부 들어 공론화위를 거치면서 2022학년도까지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 30% 확대’로 방향을 틀어 이런 흐름이 한풀 꺾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수시 확대 기조는 그대로다. 2020학년도의 경우 4년제 대학 입시에서 수시 모집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77.3%다.

 

지난 3월25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주최한 학종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학종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학종의 사교육비 상승과 기회불평등 유발 측면이 부각됐다.

 

이범 교육 평론가는 학종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압축했다. 하나가 기회의 불평등을 유발하는 전형이라는 것이다. 학종 평가요소 중 하나인 비교과 활동을 기회의 불평등을 이끄는 주범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학종이 사교육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주요 대학들이 교과(내신)·비교과,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까지 요구하는 학종을 늘리면서 학생·학부모들이 이에 대비하려면 사교육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2010년대 초반 주춤했던 사교육비가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 된) 2016~2018년 3년간 가파르게 늘었다”며 “이는 학종이 가지는 전형요소의 복합성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의 주장대로 사교육비는 문재인정부들어서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2019년 3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규모가 19조5000억원에 달했다. 전년(18조7000억원)보다 4.4% 증가한 것으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였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7.0%(1만9000원) 증가했다. 1인당 사교육비는 6년 연속 증가하며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비는 부의 대물림과 관련이 있다.

 

아버지 교육 수준에 따라 사교육 참여율 격차가 나타나고, 월평균 교육비 지출과도 연관성이 뚜렷하다. 사교육을 통한 스펙의 향상이 결과적으로 미래 소득 수준을 가른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8한국교육종단연구’를 보면 이런 관련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적잖다. 이 연구는 한국교육개발원이 2013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학생 7000여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해 구축한 종단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종단연구를 보면 아버지가 대졸 이상인 학생들의 90% 이상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었다. 반면 중졸 이하인 아버지를 둔 학생은 사교육 참여율이 약 63%에 불과했다.

교육비 지출 격차도 컸다. 대졸 이상의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선 월평균 교육비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에 반해 아버지가 고졸 이하인 가정 사이에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교육비 지출규모는 20만원 미만이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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