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득에 비춰볼 때 가계 이자상환 부담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가계 소득 증가 속도를 웃돌았기 때문으로, 민간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이자비용 지출을 처분가능 소득으로 나눈 이자상환 비율이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3.2%를 유지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분기(3.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자상환 비율 상승은 가계의 소비 여력보다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났음을 뜻한다.
이자상환 비율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연 1.25%)로 내린 시기인 2017년 1분기 2.1%로까지 낮아졌다가 이후 오름세로 돌아서 2년 반 동안 1.1%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반등하고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를 웃돌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가계부채가 민간소비를 위축하는 효과가 커진다는 연구분석 결과도 있다.
박양수 전 조사국 거시모형팀장 등 한은 연구진 13명은 2012년 집필한 ‘부채 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이자상환비율 임계치를 2.5%로 추산하고 이 비율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가계의 이자상환부담 증가로 소비위축 압력이 가중된다고 분석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이자상환 비율은 2017년 4분기(2.5%) 이후 이 보고서가 추산한 임계치를 계속 웃돌고 있다.
최근 과다한 가계부채 총량이 민간소비를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자상환 부담 관련 지표도 민간 소비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가리킨 셈이다.
우리나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 말 기준 18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회원국 평균치(130.6%·2018년 기준)를 크게 웃돌고 있다. 2013~2018년 민간소비는 연평균 2.35% 증가해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연평균 3%)을 밑돌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영일 연구위원은 “경기 전망이 좋을 때는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최근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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