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일본이나 미국의 수입에 의존해 온 다공성 분리막이나 불소계 이온교환막을 사용하지 않고도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인 물기반의 새로운 전지 제작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전기화학 소자의 핵심 부품인 멤브레인을 사용하지 않고도 에너지 효율 80% 이상을 유지하면서 1000 번 이상 구동되는 새로운 개념의 물 기반 아연-브롬 전지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최근 신재생에너지산업과 관련해 주목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는 주로 리튬이온전지가 사용되고 있으나 발화성 유기 전해액 및 리튬계 소재로 인한 발화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만 2017년부터 21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전체 에너지저장장치 시설 1490개 중 35%인 522개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물을 전해질로 사용한 비 발화성 물 기반 이차전지 기술이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연과 브롬을 사용하는 물 기반의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높은 구동 전압과 에너지 밀도를 가져 주목받고 있지만 브롬이 아연과 반응해 전지 수명을 단축시키는 문제로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대안으로 브롬을 포획하는 전해질 첨가제와 브롬의 이동을 차단할 멤브레인이 개발됐으나, 역시 가격부담과 출력 저하라는 단점을 안고있다.
연구팀은 문제해결을 위해 전해질 안의 이온과 외부 전기회로 사이의 전자를 주고받는 한정된 역할만 수행하던 전극의 기능에 브롬을 포획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어 질소가 삽입된 미세기공 구조를 전극 표면에 도입해 미세기공 내부에서 비극성 브롬을 극성 폴리브롬화물로 전환한 뒤, 질소 도핑 카본과 폴리브롬화물간 쌍극자-쌍극자 상호 작용을 통해 폴리브롬화물을 기공 내부에 고정했다.
그 결과 고가의 멤브레인이 필요 없어지고, 브롬을 외부 탱크가 아닌 전극 내부에 저장함으로써 펌프 및 배관을 제거할 수 있어 가격 저감 및 에너지 효율이 증대했다.
이렇게 개발된 개발한 전지는 실험 결과 리튬-이온 전지보다 45배 저렴할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 83% 이상을 보이며 1000 사이클 이상 운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욱 교수는 “새 전지는 일본, 미국에 의존하던 값비싼 멤브레인 소재와 어떠한 첨가제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차세대 물 기반 전지의 한계를 극복한 이 기술로 경제적인 에너지저장장치의 개발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혁 박사과정과 변예린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지난 12월 27일자 표지논문에 선정됐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